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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29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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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인질들의 안전을 우려해 "우리 정부의 동의없이 구출작전은 실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지만, 인질석방협상이 교착되면서 아프가니스탄 정부 등 일각에선 무력사용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무니르 만갈 아프간 내무차관은 "만약 대화가 실패로 돌아가면 다른 수단에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도 있었다. '다른 수단'은 무력 사용을 의미하는 것이라는게 로이터 통신의 해석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군병력과 경찰은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이 은거하고 있는 가즈니주(州) 카라바그 주변에서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압도적인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군과 나토가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국제안보지원군(ISAF)까지 힘을 보탤 경우 인질들에 대한 구출작전도 충분히 시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댄 맥닐 ISAF 사령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탈레반과의 협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등 서구 일각에선 구출작전 옵션이 더 선호되는 분위기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구출작전은 인질들을 더 큰 위험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탈레반은 며칠 전부터 한국인 피랍자 22명을 2~3명씩의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부와 ISAF의 인질구출 작전에 대비한 조치다.
아프간 정부와 ISAF가 탈레반이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지점을 `속전속결'로 점령한다고 하더라도, 인질들을 분산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인질들을 끝까지 잡아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구출하지 못한 인질들이 더 큰 위험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도 "군대가 무분별한 구출작전에 돌입할 경우 모든 인질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탈레반은 인질구출 작전에 대비하기 위해 사막 및 산악지대에 흩어져 있는 이 지역 100개 마을 가운데 일부 마을에 인질들을 분산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부와 ISAF의 정보력과 화력이 탈레반에 비해 월등하게 앞선다고 하더라도 탈레반이 지형지물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속전속결로 상황을 마무리 짓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인질구출작전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특수부대의 엔테베 작전(1976.우간다)에서도 납치범들과의 총격 과정에서 인질 3명이 희생됐다는 사실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인질구출작전이 완전히 실패로 끝난 케이스도 적지 않다.
콜롬비아 정부는 지난달 좌익게릴라세력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된 정치인들에 대한 구출작전을 폈지만, 이 과정에서 정치인 11명이 사망했다고 FARC측이 밝힌 뒤 구출작전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 2004년엔 체첸 무장세력이 1000명이 넘는 민간인을 베슬란 공립학교에 인질로 잡고 당국과 대치하게 되자 러시아 특수부대가 진압작전에 나섰으나 어린이 186명을 포함해 민간인 333명이 숨지기도 했다.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지난 22일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에 "한국인들은 서로 다른 몇개의 그룹으로 분산돼 있고 각 그룹마다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은 자살폭탄 대원이 배치돼 있다"고 밝히고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는 모험을 감행한다면 인질 처형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며 군 병력이 진입할 경우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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