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식 견해 밝힐 상황 아니다”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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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8명의 석방과 1명의 살해 소식이 외신을 통해 잇달아 전해진 25일 오후 9시경부터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 당국자들은 외신 보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 “지금 확인 중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날 밤 12시 무렵까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채 잇달아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청와대는 밤늦게까지 “사실을 계속 확인 중이며 공식 견해를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랍사건 발생 이틀째인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CNN 등을 통해 이례적인 긴급 메시지까지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살해된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의 파장을 가늠하며 부산한 모습이었다.

몇몇 청와대 관계자는 2004년 김선일 씨 사건 때의 악몽을 떠올렸다. 당시 노 대통령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이미 김 씨는 숨진 뒤였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부의 정보 수집과 판단 능력에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오후 9시 인질 8명 석방설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을 때만 해도 청와대는 고무된 표정이었다. 오후 4시 반 청와대에서 개최된 안보정책회의가 25분 만에 끝났을 때도 협상 진전을 예상하는 분위기였으나 살해 소식에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외교통상부에 마련된 대책본부 관계자들은 아프간 현지에 파견된 정부대책반 및 아프간 정부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시시각각 전해지는 외신 보도의 사실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는 석방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8명의 신원 확인과 함께 이들이 아프간 가즈니 주 인근 미군 부대로 안전하게 이동했는지를 확인하는 한편 조속한 귀국 절차를 논의했다. 정부는 또 살해된 피랍자가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 시신은 어떻게 수습해 운구할지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석방과 살해 소식이 전해진 오후 9시경부터 “곧 정부 당국자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발표는 3시간이 지난 밤 12시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이 무렵 기자들에게 “외신에 나오는 여러 보도가 아직 최종 확인이 안됐다”면서 “확실하게 확인한 뒤 발표하겠다”고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당국자는 오후 10시 40분경에도 “회의가 길어지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던 기자들은 외신 발표를 근거로 석방설과 살해설을 번갈아 긴급 보도하면서도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하는 등 수차례 혼선을 겪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탈레반이 언론을 통한 ‘심리전’을 펼치는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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