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진출 대기업 “해외경영 어려워도 한국 안돌아가”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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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업체인 혼다는 현재 도쿄(東京) 인근 사이타마(埼玉) 현에 공장을 짓고 있다. 주로 북미 지역에 공장이 있는 혼다가 일본에 공장을 짓는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소니, 켄우드, 마쓰시타전기 등 해외 사업장에 주력하던 일본 전자업체도 최근 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기고 있다.

반면 국내 전자 제조업체인 A사는 최근 인도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지만, 인건비가 싸고 무엇보다 노사분규로 인한 고민을 덜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가운데 국내 복귀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은 전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해외 사업장을 둔 대기업 중 절반가량은 앞으로 해외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내놓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해외투자 현황과 해외경영 애로사항’ 보고서에서 매출액 기준 700대 기업(금융·보험업 제외) 가운데 해외에 사업장이 있는 49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8.7%는 해외 현지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고, 나머지 51.3%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복귀(철수)를 고려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는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최근 내수 회복에 이어 엔화가치 약세로 인한 대외 경쟁력 강화, 일본 정부의 규제 완화, 인건비 하락 등으로 경영 환경이 개선된 데 따라 일본으로 복귀하는 현상과 뚜렷이 대비된다.

조사 대상 국내 기업은 해외 투자를 늘리는 이유로 ‘내수 회복이 부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한다’(37.1%)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저렴한 ‘해외 인력 활용’(34.6%), ‘공장 용지 확보’(8.2%), ‘원료 조달 용이’(5.9%) 등의 순이었다.

이들은 국내 경영 환경이 해외 투자 대상국의 경영 환경과 비교해 불리한 점으로 △임금, 물류비, 땅값 등 요소 비용이 비싸고(45.8%) △토지 이용, 노동, 환경 등과 관련된 정부 규제(16.1%)가 심하다는 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는 현지 경영이 어려워져도 국내에 복귀하기보다는 현지 투자를 늘리거나 유지하는 방향으로 타개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병욱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일본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2000년 초부터 공장재배치촉진법 등 각종 규제를 잇달아 없앴다”며 “우리 정부도 수도권 공장 규제 등 폭넓은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유발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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