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에너지 앞세워 ‘거침 없는 오버킥’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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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한 러시아의 행보가 거침없다.

러시아는 최근 국제법상 공해(公海)인 북극해 일부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나아가 자국이 비준 절차까지 마친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마치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킨다.

러시아의 이런 오만한 움직임은 ‘석유 생산 세계 2위, 천연가스 생산 부동의 1위’라는 막강한 에너지자원 생산량에 기반을 두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사용량의 41%를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비판하다 밉보여 에너지 수급 차질이 생길까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최근 “에너지를 볼모로 한 러시아의 돌출 행동으로 새로운 냉전시대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오일 달러로 돈이 넘쳐나는 러시아는 2015년까지 군비 증강에만 1890억 달러(약 173조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항공기 1000대, 탱크 4000대에 최신 잠수함과 핵탄두를 새로 갖추기에 충분한 돈이다.

러시아는 5월 핵추진 쇄빙선에 50명의 과학자를 태워 45일간 북극해에서 대대적인 해저 지질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29일 이즈베스티야를 비롯한 러시아 언론들은 “북극해의 로모노소프 해저산맥(해령)이 동시베리아와 대륙붕으로 연결돼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과학자들이 현지조사로 찾아내 러시아가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은 전체 북극해(1257만 km²)의 9.5%에 해당하는 120만 km². 이곳엔 약 100억 t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체결된 해양법에 관한 국제협정은 육지에서 200해리(약 370km)까지만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육지와 연결된 대륙붕은 예외로 경제적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2001년 유엔 대륙붕 위원회에 로모노소프 해저산맥에 대한 영유권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한 바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러시아가 2009년 열리는 차기 유엔 대륙붕 위원회에서 영유권을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데이타임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이 공동보조를 맞춰 러시아가 어느 한 나라만 편애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노르웨이와 터키가 빨리 EU 회원국이 돼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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