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도움될까 TV출연하니 시청률 뚝…죽 쑤는 ‘아베 극장’

  • 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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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가르는 선거.’ 요즘 일본 언론은 7·29 참의원 선거를 이렇게 부른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가 퇴진하거나 조기 총선이 실시되는 등 일본 정국이 격랑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총리 노출 작전’의 역효과=아베 총리는 선거를 겨냥해 전략적으로 TV 출연 횟수를 늘리고 있지만 역효과만 부른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근호에 따르면 지난달 말 자민당 관계자가 당에 출입하는 TV 기자단을 불러 “젊은 총재(총리)이므로 적극적으로 TV 방송에 출연시키고 싶다”고 요청했다.

‘고이즈미 극장’이란 말도 있듯 TV를 잘 이용해 선거에서 승승장구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전례를 염두에 둔 것.

이에 따라 7월 초부터 대부분의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에 아베 총리가 등장했다. 특히 화제성 기사를 다루는 시사 와이드쇼에 현역 총리가 생방송 출연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고 한다.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니혼TV의 한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아베 총리가 생방송으로 출연한 동안 순간시청률이 뚝 떨어졌다. 방송사들도 아베 총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어 궁지에 빠뜨렸다.

도쿄신문은 16일 이에 대해 “연출이나 각본이 아무리 좋아도 ‘배우’가 시원찮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16일 보도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최근의 발언과 행동을 보면서 아베 총리의 인상이 좋아졌는가’라는 질문에 “좋아졌다”는 응답은 6%, “나빠졌다”는 45%에 이르렀다.

▽자민-민주 격차 더 벌어져=일본 참의원의 의석수는 242석. 임기는 6년이고 3년마다 절반을 선출한다. 3년 전 선거에서 여당이 부진했던 탓에 이번에 여권이 과반수가 되려면 자민 공명당을 합해 64석이 돼야 한다. 이 중 공명당이 기존 의석 13석을 지킨다면 자민당은 51석을 얻으면 된다. 반면 야당 측은 59석만으로도 과반수가 가능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자민당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아사히신문 조사에 따르면 지금 당장 투표하면 어느 당을 찍겠느냐는 질문에 비례대표는 30%가 민주당, 23%가 자민당이라고 답했다. 선거구 투표에서도 민주당은 32%로 자민당의 26%를 제쳤다. 야당이 다수당이 되길 바라는 비율은 54%였고,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가 55%로 취임 후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정국의 관심은 승패가 아니고 여당이 ‘얼마나 지느냐’에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정권의 퇴진, 정계 개편, 중의원 해산 등 향후 일본 정국의 시나리오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언론은 여당이 과반수에는 못 미쳐도 45∼50석을 얻어 군소 정당을 포섭해 참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정도라면 총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경우 아베 총리가 ‘개헌’을 쟁점으로 삼아 정계 개편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대패(大敗)’하면 아베 총리로서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이때 ‘대패’의 기준으로 거론되는 것은 1998년 참의원 선거에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가 얻었던 44석이다. 하시모토 총리는 이튿날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사퇴했다. 또 국회 운영이 어려워진 여당이 중의원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면 정국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벌써부터 ‘포스트 아베’로 옮아가는 기색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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