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라운 총리, 블레어 정책 뒤집기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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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카지노 설립 재검토”… 보수층에 손짓

영국이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시절부터 추진해 온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슈퍼 카지노’ 설립을 고든 브라운 총리가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영국 사회가 논쟁에 휩싸였다.

브라운 총리는 11일 의회에서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카지노보다 나은 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9월에 도박 산업의 사회적 영향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카지노 설립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5년 전 블레어 당시 총리가 추진한 영국의 슈퍼 카지노 설립 법안은 2005년 하원을 통과했고 올 1월에는 노동당의 주요 기반인 맨체스터 지역이 카지노 터로 선정됐다. 법안은 3월 상원에서 부결됐지만 그 후에도 블레어 정권은 카지노 설립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 슈퍼 카지노는 1250개의 게임 머신을 갖추고 무제한 잭폿을 허용할 예정이었다.

이번 재검토 발언에 대해 12일 가디언은 ‘브라운 총리가 보수 성향의 유권자를 의식해 보수당과 정책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당의 카지노 설립 계획에 대해서는 그동안 “당의 정체성과 근본적으로 충돌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보수당이 최근 결혼한 부부에게 연간 1000파운드(약 187만 원)의 추가 감세 혜택을 주는 정책안을 제시해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면서 총리를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윤리를 중시하는) 장로교 목사의 아들’이라는 브라운 총리의 개인적 배경도 카지노 정책 번복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브라운 총리의 갑작스러운 카지노 재검토 발언에 구세군을 포함한 도박산업 반대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그러나 맨체스터 지역의 재계 지도자들은 2억 파운드의 투자를 유치해 27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가 사라졌다며 “총리가 재무장관 시절 지지한 카지노 설립 법안을 이제 와서 뒤집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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