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첫 여성 방위상 고이케 총리보좌관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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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일본 정국을 들끓게 한 규마 후미오(久間章生·66) 방위상이 3일 사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후임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55) 국가안전보장문제 담당 총리보좌관을 내정했다. 방위성의 전신인 방위청 시대를 포함해 여성이 자위대를 총지휘하는 책임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이케 보좌관은 이집트 카이로대를 졸업하고 아랍어 통역전문가와 TV방송 진행자 등을 거쳐 정계에 진출했다.

한때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현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활동했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에서 환경상 등을 지냈다. 2005년 9월 총선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가 우정(郵政)민영화에 반대한 의원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공천한 이른바 ‘자객’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중의원 5선에 성공했다.

아베 내각 출범과 함께 국가안전보장문제 담당 보좌관에 발탁된 이후에는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본뜬 ‘일본판 NSC’ 창설 작업을 주도해 왔다.

규마 방위상은 지난달 30일 한 대학의 강연에서 “원폭 투하로 무수한 사람이 비참한 일을 겪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야당과 피해자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는 다음 날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지만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당까지 확산되자 아베 총리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아베 총리가 그의 사의를 이례적으로 빨리 받아들인 것은 이달 말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정권 출범 후 9개월 만에 각료를 3명이나 교체한 아베 총리의 인재 기용 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사다 겐이치로(佐田玄一郞) 전 행정개혁상이 정치자금 문제로 낙마했고 올 5월에는 마쓰오카 도시카쓰(松岡利勝) 전 농수산상이 정치자금 스캔들에 휩쓸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사히신문은 규마 방위상의 경질이 이미 연금 부실관리 문제로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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