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밥 허버트]블룸버그가 띄운 애드벌룬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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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의 등장과 수억 달러에 이르는 돈이 끔찍한 해악을 불러올 수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백악관 주인이 될 가능성을 이리저리 재고 있다. 몇 가지 이유에서 무서운 일이다. 첫째, ‘블룸버그를 대통령으로’라는 5억 달러짜리 대선 광고가 전국의 TV에 밤낮으로 등장하면 미국인의 눈에는 뉴욕 시장의 이미지가 아른거릴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다른 이유 때문에 더욱 놀라운 일이다. 블룸버그가 출마를 결정한다면 그는 ‘2008년의 랠프 네이더(소비자 운동가)’가 될 것이다. 네이더가 그랬듯 민주당 후보의 표를 깎아 먹어 또 다른 공화당원을 백악관에 입성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네이더도 내년 대선 출마를 얘기하지만 블룸버그가 더 큰 스포일러(spoiler·방해 입후보자)라는 인식이 공공연하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블룸버그가 민주당원이라는 것이다. 그가 공화당으로 당을 바꾼 것은 2001년 시장 선거 출마를 위한 전술적 이유에서였다. 그는 이름만 공화당원일 뿐이다. 정치 철학을 바꾼 것도 아니다. 민주당원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정책만 추구해 왔다.

민주당 정치 고문인 크리스 리헤인은 블룸버그를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민주당원이라면 눈을 감은 채 공공교육, 선택, 이민자의 권리, 총기 규제, 시민권, 동성애자의 권리, 여성의 권한을 지지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는 순간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다.” 그 ‘누군가’는 블룸버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무소속이라고 주장하는) 블룸버그가 언제, 또 어떤 색깔의 깃발을 휘날리더라도 그는 민주당원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와 루돌프 줄리아니 캠프의 불화가 바로 이런 것이다. 줄리아니는 블룸버그의 출마 가능성에 가장 불쾌한 태도를 보인다. 또 힐러리 클린턴 부부와 가까운 이들은 블룸버그의 대선 출마가 힐러리의 선거운동에 특히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님’(블룸버그)은 뭔가 다른 새로운 방향을 기대하며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표를 얻을 것이다. 그들은 민주당 지지자, 무소속, 공화당원이지만 결국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이라크전쟁에 염증을 내거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무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유권자가 아니라 다양한 이슈를 두고 투표하는 유권자들이다.

리헤인은 “이런 유권자들은 미국의 국운이 기울 것을 우려한다”며 “이들은 또한 중산층의 꿈이 사라지고, 중국이 급부상하고,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것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의 영향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치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작용이라고 믿는 이들이야말로 내년 대선의 부동층이라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억만장자인 블룸버그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무소속의 기치를 주의 깊게 창출한다면 이런 유권자 중 상당수에게 호소력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할 만큼은 아니다. 블룸버그가 공화당과의 ‘정략결혼’을 벗어나 공식적으로 무소속임을 알린 것은 여론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이 띄운 애드벌룬의 효과만을 만끽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는 모른다. 그러나 가장 기묘한 대목은 자신을 진지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던 블룸버그가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5억∼10억 달러의 선거 자금을 퍼부으며 무모하게 선거판에 뛰어들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훼손한 뒤 끝을 맺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밥 허버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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