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 감독 새 영화 '시코', '불편한 진실'될까

  • 입력 2007년 6월 24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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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몸이 아파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면 치료비가 얼마나 나올까? 믿기지 않지만 대체로 7000달러(약 665만원)가 청구된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무보험자 숫자는? 약 5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무보험자가 많은 것은 의료보험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회사 지원이 없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의료보험료를 한달에 약 1000달러나 내야 한다.

빈곤층과 노인층에게는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하긴 해도 부실한 의료보험 체계는 최고 부자 나라인 미국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런 의료보험 체계를 통렬히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새 다큐멘터리 영화 '시코(Sicho·환자)'가 22일 뉴욕 일대에서 먼저 개봉되면서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처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시코'의 미 전국 개봉은 29일 예정돼 있다.

마이클 무어는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판한 영화 '화씨 9·11'로 반전운동의 기폭제를 제공한 영화감독. 의료보험은 현재 이라크 전쟁에 이어 미 유권자 관심순위 2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주요 대선후보들도 이미 의료보험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시코'가 22일 뉴욕에서 개봉되자마자 벌써부터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매우 재미있다. 한심한 의료보험제도의 현실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이번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의료보험이 개혁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며 극찬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과장과 오류가 너무 많다. 무어 감독 영화가 항상 그렇지만 균형 감각이 떨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반대론자들의 심기를 거슬리는 장면은 9·11 테러 당시 구조 활동을 하다 아픈 미국인 환자들이 치료비가 없어 결국 쿠바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무어 감독은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시사회와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영화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20일에는 미 의회의 의료보험 토론회에 참석해 의료보험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국가차원에서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프랑스와 영국 사례를 보여주면서 미국도 현재 사(私)보험 위주의 의료보험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어의 '불편한 진실'은 그동안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미국의 여론을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코'도 여론의 흐름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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