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블룸버그發 새판짜기

  •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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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출마설이 나돌아 온 마이클 블룸버그(55·사진) 뉴욕시장이 19일 공화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선언했다.

경제뉴스 전문기업 블룸버그를 설립한 블룸버그 시장은 이날 캘리포니아 주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회견에서 “성공적인 기업가는 정치싸움보다 업적이 중요하며, 경쟁력이 정당 이념보다 중요하다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이념 논쟁을 벌여 온 워싱턴 정치판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치에 염증을 느낀 중도파 유권자에게 손짓하는 제스처라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물론 그는 “출마 계획은 없다. 뉴욕시장을 926일간 더 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 취임했고 2006년 재선된 그는 3선 금지 규정에 묶여 2010년 초엔 물러나야 한다.

정치권의 관심은 그가 대통령에 출마할지, 당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그의 출마로 공화당과 민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이득을 볼지에 쏠린다.

일단은 그가 내년 초까지 대선 판세를 관망한 뒤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텍사스의 억만장자 로스 페로 후보는 1992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19% 지지를 얻었지만 1등 후보가 주(州)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미국 대선제도 아래서 단 한 명의 선거인단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만큼 미국에서 무소속의 정치적 한계는 분명하다.

따라서 그로선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가 뚜렷해질 내년 초에 ‘무소속 후보’로서의 정치적 승리 가능성을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의 강점으로는 ‘성공한 기업인, 실적을 낸 뉴욕시장, 파당성보다는 성취를 강조한 이미지, 워싱턴 혐오감에서 거리를 둔 이력’을 꼽을 수 있다.

선거자금도 넉넉하다. 그의 개인재산은 5조 원이 넘는다. 일부에서는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선거자금 상한선이 적용되지 않는 미국 선거법 아래에서 그가 개인 돈 1조 원을 쓴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포천지 선정 재산가 142위인 그는 2005년 재선 운동 기간에 자기 주머니에서 8500만 달러(약 800억 원)를 썼다.

그는 2001년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꿀 때까지 평생 민주당원이었으며 낙태 찬성, 동성애 허용, 총기규제 강화 찬성론자다.

미 정치분석가들은 공화당이 70대 존 매케인 후보를, 민주당이 40대 버락 오바마 후보를 최종 후보로 본선 무대에 올리는 상황을 그의 출마를 위한 최적 환경으로 꼽는다. 공화당에서 전임 뉴욕시장을 지낸 루돌프 줄리아니 후보나 워싱턴 밖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는 지지층이 겹칠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뉴욕 주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보다 경험 부족 우려가 큰 신세대 정치인 오바마 후보가 상대적 경쟁력을 앞세울 수 있다.

그의 출마가 현실화할 때 이득을 볼 정당에 대해선 분석이 엇갈린다.

민주당에 몰렸던 중도파 유권자를 흡수하는 만큼 공화당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억만장자 기업인 선호는 공화당 유권자에게 강하다는 점에서 ‘민주당 수혜론’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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