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덩후이 야스쿠니신사 참배… 中 발끈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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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로 유명한 리덩후이(李登輝·84) 전 대만 총통이 7일 일본에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해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리 전 총통은 이날 오전 10시경 아내와 함께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 본전에 도착해 신사 측의 안내로 참배를 마쳤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일본 방문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개인적 차원에서 형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 것”이라고 참배 이유를 설명했다.

리 전 총통의 형은 대만이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던 1945년 2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일본군 병사로 전사했다.

식민지 시절인 1923년 대만에서 태어난 리 전 총통은 1943년부터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교토(京都)제국대를 다녔다. 첫 대만 출신 총통으로 2000년 5월 퇴임한 그는 “22세까지는 일본인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친일 성향이 강하다.

리 전 총통은 이날 참배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적 차원’이라고 강조했지만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리덩후이의 방일을 허용한 일본 정부에 대해 다시 한 번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리덩후이가 일본에서 하는 행동이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리 전 총통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회피했으며 그가 일본에서 한 행동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비난을 하지 않았다.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규정한 중국은 리 전 총통을 ‘독립파의 상징적 존재’로, 그의 방일을 ‘대만 독립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경계해 왔다.

일본 언론은 리 전 총통의 신사 참배로 지난해 10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중과 올해 4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일로 호전되고 있는 중-일 관계가 다시 냉각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리 전 총통의 신사 참배에 대해 “개인으로서의 행동이기 때문에 정부가 논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8일 독일에서 열릴 예정인 중일 정상회담에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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