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권력서열 6위 황쥐 부총리 사망

  • 입력 2007년 6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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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견제 상하이방 ‘치명喪’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上海幇)의 거두’이자 중국 공산당 정치권력 서열 6위인 황쥐(黃菊) 국무원 부총리가 2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정치권력은 상하이방의 몰락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권력 기반이 더 안정되는 ‘후진타오 중심’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탁월한 영도자’ 찬사=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 국무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 정협)는 2일 공동 명의로 발표한 부고를 통해 “황쥐 동지가 2일 오전 2시 3분(중국 시간) 베이징(北京)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이날 황 부총리를 “중국 공산당의 우수 당원이며 오랜 시련을 극복한 충성스러운 공산주의 전사이자 당과 국가의 탁월한 영도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런 찬사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그동안 무성했던 그의 비리 연루설을 일축하는 것이라고 홍콩과 싱가포르 언론은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황 부총리가 사망한 지 4시간여 만에 이 사실을 신속하게 공개했으나 155자의 짤막한 부고만을 발표했을 뿐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홍콩 및 대만, 싱가포르 언론에 따르면 황 부총리는 2005년 말 췌장암에 걸렸으며 투병기간 공식 석상엔 가끔 모습을 보이다 올해 3월 7일 전국인대 상하이 대표단의 정부공작보고 심의에 참석한 게 마지막이었다.

홍콩 언론들은 황 부총리가 최근 30년간 재임 중 사망한 지도부 중 최고위 인사로 장례가 덩샤오핑(鄧小平)에 못지않게 후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전했다. 시신은 혁명열사 묘지인 바바오산(八寶山)에 안치될 예정이다.

▽상하이방 몰락 재촉…후 주석 권력 공고화=‘상하이방의 좌장’으로 불려 온 황 부총리의 사망은 상하이방의 몰락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상하이방의 핵심’인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시 서기가 실각한 데 이어 ‘장 전 주석의 심복’인 황 부총리도 사망해 장 전 주석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상하이방이었던 정치국 상무위원들도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제외한 나머지는 최근 몇 년 새 모두 후 주석 지지나 중립으로 돌아선 상태(표 참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상하이방의 보이지 않는 견제를 받아 온 후 주석은 올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권력의 심장부인 중앙정치국을 별 어려움 없이 뜻대로 재편할 수 있을 것으로 홍콩 언론들은 보고 있다.

권력 재편의 핵심 포인트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재배치다. 중화권 언론들은 상무위원 교체 과정에서 상하이방이 크게 몰락하고 후 주석의 권력기반인 ‘단파(團派·중국공산주의청년단 출신)’와 후 주석을 지지하면서 권력 지분을 가진 쩡칭훙(曾慶紅)의 권력기반인 태자당 인맥이 부상할 것으로 내다본다.

숨진 황 부총리와 함께 자 주석과 리창춘(李長春), 우관정(吳官正), 뤄간(羅幹)이 물러나고 후 주석의 직계 인맥인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 성 성장과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江蘇) 성 서기, 단파이면서 태자당인 시진핑(習近平) 상하이 시 서기가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위정성(兪正聲) 후베이(湖北) 성 서기와 장더장(張德江) 광둥(廣東) 성 서기, 허궈창(賀國强) 중앙조직부장, 류옌둥(劉延東·여) 중앙통일전선부장도 물망에 오른다.

권력 재편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후 주석은 ‘집권 후반기(2007∼2012년)’에 장 전 주석의 그늘에서 벗어나 ‘조화사회론’을 중심으로 한 국정이념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황 부총리가 오랫동안 중병을 앓으면서 이미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그의 사망이 정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쩡 부주석이 흩어진 상하이방 세력을 모아 상하이방의 재기를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쥐는 누구▼

저장(浙江) 성 자산(嘉善) 현 출신으로 1963년 칭화(淸華)대 전기제조학과를 졸업했다. 상하이 기계공장의 기술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공장장을 거쳐 1991년 상하이 시장에 임명됐다. 2002년 중앙 정치무대에 진출해 정치국 상무위원, 부총리를 지냈다. 푸둥(浦東)지구 개발로 상하이를 중국의 확고부동한 경제중심지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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