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신냉전 군비경쟁 불붙나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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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美 동유럽 MD구축땐 유럽 화약통” 경고

양국정상 7월초 美서 만나 핵문제 등 논의키로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하려 하자 러시아가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는 등 ‘신냉전’ 기류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만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백악관 토니 스노 대변인은 30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월 1일과 2일 메인 주 부시 대통령의 부친 별장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6월 6∼8일 독일에서 열리는 선진 8개국(G8) 회의에서도 만날 예정이다.

스노 대변인은 “양국 간 협력은 지역 갈등 해결과 대량 살상무기의 확산 방지 그리고 테러와 극단주의를 막는데 매우 중요하다”며 “부시 대통령은 7월 정상회담에서 긴밀한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에서는 이란 핵문제와 미국의 동유럽 MD체제 구축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MD체제 방패 뚫을 최첨단 창”=백악관의 정상회담 발표 하루 전인 29일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MD체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신형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RS-24’ 미사일이 5500km를 날아 시베리아 동부 태평양 연안 캄차카 반도의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러시아 남부 아스트라칸에서 진행된 신형 전술 크루즈미사일 이스칸데르-M의 발사 실험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는 “현존하는, 또는 미래의 어떤 미사일방어 체계도 깰 수 있는 신형 미사일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토폴-M 미사일의 개량형인 RS-24는 최대 10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최대 사거리가 1만1000km에 이른다. 자동항법장치가 부착돼 비행경로를 조정할 수 있고 각 탄두가 서로 다른 표적을 공격할 수 있어 현재의 MD체제로는 추적하기 힘들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밝혔다.

▽신냉전 경고인가=러시아는 미국의 동유럽 MD체제 구축이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며 반대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정연설에서 MD체제 문제를 거론하며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의 유예를 선언했다. 그는 중거리핵전력제한협정(INF)을 철회하고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MD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며 강경 자세를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29일에도 “미국이 동유럽에 MD체제를 구축하면 유럽을 화약통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0일 “러시아가 미국과 ‘신냉전’의 군비경쟁을 벌일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이라며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관계가 옛 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은 25일 두 번째로 MD 요격 실험에 나섰으나 목표 미사일이 정해진 고도에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 추락하는 바람에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보지도 못했다. 미국은 동유럽 MD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며 방어 시스템 구축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미사일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잇단 정상회담이 양국 간 신냉전 기류를 되돌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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