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단독 앵커’는 시기상조?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여성 단독 앵커는 시기상조였을까.

미국 CBS의 간판 프로그램 ‘CBS 이브닝뉴스’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케이티 쿠릭(50·사진) 씨가 낮은 시청률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NBC의 인기 아침 프로그램 ‘투데이’를 15년간 진행한 쿠릭 씨는 지난해 9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네트워크 방송사의 주요 뉴스 단독 앵커로 발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CBS는 그와 5년 계약을 하며 연봉 1500만 달러(약 139억 원) 외에도 홍보비만 1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에 힘입어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의 영향력 있는 여성’에서 쿠릭 씨는 언론인 중 가장 높은 54위에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가 9개월째 진행해 온 이 프로그램은 최근 20년 만에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갤럽이 최근 실시한 앵커 선호도 조사에서도 쿠릭 씨는 ABC와 NBC의 남성 앵커들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내년 대선 후 앵커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방송사 안팎에서는 시청자들이 이라크전쟁과 대통령선거 같은 진지한 뉴스에 관심을 쏟는 이때 말랑말랑한 아침 프로를 진행하던 쿠릭 씨를 기용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CBS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7주 전 정통 뉴스에 강한 인력을 ‘이브닝 뉴스’ 제작에 긴급 투입했다.

일각에서는 쿠릭 씨가 여성이기 때문에 가혹한 비판에 시달린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그는 “화장이 너무 진하다”에서 “화장도 안 하고 나오느냐”까지, “(뉴스 진행이) 너무 부드럽다”에서 “너무 딱딱하다”까지 연일 시청자들의 모순되는 평가에 시달린다.

3대 네트워크 뉴스 프로그램의 연간 광고 수입은 5억4000만 달러 규모이며 25∼54세 시청층의 시청률이 0.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방송사 수입은 600만 달러까지 줄어든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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