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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3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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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야오(孫瑤·25·사진) 씨에게 한국은 새로운 꿈과 인생을 열어준 ‘제2의 고향’이다. 그녀는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KBS2 ‘미녀들의 수다’에서 단아한 외모와 솔직함으로 주목받은 중국인 유학생이다. 쑨 씨는 ‘손요’라는 한국식 이름이 쑨야오보다 “더 익숙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쑨 씨는 다롄(大連)의 한 어학원에서 일본 유학을 준비하다 한국에 오기로 결심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일본어 공부가 재미없어서 고민하던 중, 학원 근처 한국인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한국어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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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일본어와 달리 발음이 예뻐서 좋았고 배우는 것도 어렵지 않았어요. 워낙 한국을 좋아하니까 공부할 때마다 신이 났기 때문인 듯해요.”
쑨 씨는 중국에서 ‘한류열풍’을 접하며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한국어를 모르는데도 베이비복스의 노래를 발음만 듣고 외워서 부를 정도였고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를 보며 울고 웃었다. 한글이 적힌 음반이면 무조건 구입해 듣던 그녀는 김수희의 ‘애모’ 등이 담긴 트로트 모음집을 산 적도 있다.
2002년 한국에 첫발을 디딘 그녀는 낯선 사람과 문화를 접하며 어려운 일도 많았다.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중국에 대한 편견이었다. “왜 벌레를 먹느냐” “중국인은 잘 안 씻고 더럽다”는 등의 얘기를 들을 때는 안타깝고 화가 나기도 했다.
“중국은 14억 명의 인구와 56개 민족이 사는 나라예요. 같은 중국인끼리도 서로 모르는 다양한 문화와 생활이 있는데, 일부의 것을 전체로 싸잡아 보는 게 속상해요.”
쑨 씨는 “중국인의 패션 감각이 촌스럽다고 비웃는 한국인들이 많지만 문화적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으로 ‘의식주’ 가운데 ‘의’를 ‘식’보다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중국인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남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식’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추억이 더 많았기에 그녀는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 쑨 씨는 한국인의 장점으로 단결력과 열린 마음을 꼽았다. 그녀는 월드컵 때 수많은 한국인이 붉은 옷을 맞춰 입고 거리에서 응원하는 열정적인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사람들은 속정은 깊지만 마음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아서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려요. 한국 사람들은 마음만 통하면 만나자마자 친구가 되는 게 놀라웠습니다.”
쑨 씨는 한국과 중국이 앞으로 더 가까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의 교류가 확대돼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함께 발전하는 관계를 바라고 있다. 한국인 재미교포를 남자 친구로 사귀고 있는 그녀는 “결혼해서 미국으로 떠나더라도 한국이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계속 한국과 좋은 연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우호를 위한 협회나 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에요.”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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