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들 조승희 분석…복합 성격장애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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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는 망상, 정신분열, 성격장애 등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정신과 전문의들과 심리학자들은 보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조승희가 전형적인 피해망상과 과대망상의 소유자라고 분석했다. 피해망상이란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과대망상은 자신을 위대한 인물로 착각하는 일이다. 이 두 가지는 얼핏 달라 보이지만 함께 찾아오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적으로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이 두 가지 망상을 지니면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망상증 환자들은 자신의 내면이 밖으로 드러날까 봐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를 주로 착용한다. 조승희의 옷차림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조승희는 편집형 정신분열증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으로부터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형으로서 환청과 망상을 동반하기 쉽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조승희가 평소 외톨이로 지내면서 이를 자신의 성격 탓이라기보다는 누군가 조직적 집단적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망상을 키운 듯하다”면서 “조승희는 ‘부자’ 또는 사회가 자신을 괴롭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해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상이나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누군가 자신을 해코지한다는 피해의식에서 몇 명만을 방어 차원에서 공격하는 성향을 띠지만 조승희는 대량 학살을 자행했다. 이 때문에 조승희가 단순한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복합적인 성격장애를 가진 범죄자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조승희가 회피성 인격장애와 편집형 성격장애를 함께 가졌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전자는 자존감이 낮아 남에게 거부당하면 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장애이며, 후자는 남을 의심하고 자신의 약점을 타인의 허물로 돌리려는 장애다. 신 교수는 “이 두 가지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조울증이 찾아오면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지는 시기에 과대망상이 생겨 대량학살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유희정 교수는 “조승희는 사고 체계가 기괴해 정신분열증을 가진 듯하다”면서 “대량학살과 범죄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점에서 성격장애도 함께 지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승희가 순교자적인 상황을 가장한 것은 죄책감을 피하려는 의도인 것처럼 보인다.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이웅혁 교수는 “살인의 원인이 소외감과 억울함을 준 남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를 통해 죄책감을 희석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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