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별탈 없겠지만 혹시…”

  • 입력 2007년 4월 19일 03시 07분


韓商포럼 참가 기업인들 애도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차 한상(韓商) 리딩 CEO 포럼’에서 유장희 이화여대 대외부총장(가운데) 등 참가자들이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商포럼 참가 기업인들 애도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차 한상(韓商) 리딩 CEO 포럼’에서 유장희 이화여대 대외부총장(가운데) 등 참가자들이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방한 중인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산업기술, 정보통신,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양국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방한 중인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산업기술, 정보통신,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양국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 김경제 기자
재계 “개인 범행… FTA 등 영향 안미칠것”

현대車 - 삼성전자 등 유가족 돕기 나설듯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 미국 내 판매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사회적 파장이 엄청난 이 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경제단체들도 이번 사건이 최근 타결된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까지는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 글로벌 기업들, “사건의 파장 예의 주시 중”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76만 대를 판매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아직은 평온한 분위기 속에 정상 조업이 이뤄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근로자들이 사건에 대해 얘기를 나누곤 했지만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자동차가 다른 품목보다 국적성(國籍性)이 강하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자칫 이번 사건이 ‘용의자가 한국인이다’란 사실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판매에 영향을 줄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한국 본사는 18일 미국 법인에 “현지의 분위기를 파악해 특이한 동향이 발견되면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보다 ‘글로벌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어 TV나 휴대전화, 프리미엄 가전제품 판매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에서 유가족 돕기 캠페인이 본격화되면 두 기업 모두 미국 법인 차원에서 적극 동참한다는 내부 계획을 세워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관계자는 “미국행 여행을 대거 취소하거나 미국에서 국내로 귀국하려는 승객이 급증하는 현상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몰라 미국 지사와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와 재계, “한미 FTA는 영향 주지 않을 것”

정부는 이번 사건이 개인의 우발적인 동기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한미 FTA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용의자인 조승희 씨가 미국에서 어릴 때부터 자란 영주권자이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의 전문직 비자쿼터를 확보하는 데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혹시나’ 하는 우려를 완전히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이날 오전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를 초청해 벌인 조찬강연회에서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고 비자 면제가 추진되는 등 한미 우호협력 관계가 무르익어 가는 시기에 정말 불행한 사건이 생겼다”며 1분간 추도 묵념을 제안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조직화된 테러가 아니고 개인이 저지른 범행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한미 FTA나 비자 문제와 연관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정부 차원 대응은 역효과”조문 사절단 안보내기로

정부는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한국인 용의자 조승희 씨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18일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민에게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 사건이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우호적인 분위기의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며 차분히 대응하기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버지니아공대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에 대해 나와 우리 국민은 크나큰 충격과 함께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희생당한 분들의 명복을 빌며 미국 사회가 큰 슬픔을 이겨내고 하루 속히 평온을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 국민과 행정부를 대표해 피해를 본 유가족과 미 국민에게 심심한 조의와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군 수뇌부도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위로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정부는 조 씨가 한국인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는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정부의 조문 사절단 파견 등은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총기 소지 허용’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조 씨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부각해 오히려 한국의 이미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그 대신 주미대사관을 중심으로 재미교포 단체들의 조문, 기금 마련 등 민간차원의 추모행사는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아주 오래 거주한 한국계 개인에 의해 발생한 사안인 만큼 한국 정부 차원의 대응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하지만 한미관계 등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민단체들의 활동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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