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충돌…철수…글로벌 기업들 "아시아는 힘든 파트너"

  • 입력 2007년 4월 13일 17시 03분


아시아 기업과 합작을 추진하거나 영업해 온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함께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식품회사 다농은 인도의 합작회사인 와디아그룹으로부터 자사의 비스킷 브랜드 '타이거'의 라이센싱 계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다농이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서 타이거 브랜드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70여개 국가에 그 상품명을 다농 소유로 등록해 버렸다는 이유다. 그러나 다농은 "브랜드 사용 의사를 와디아그룹 이사회에 알려 동의를 받았다"며 맞서고 있다.

다농은 최근 중국에서도 와하하그룹이 운영하는 생수업체를 인수, 합병(M&A)하려다 난관에 부딪혔다. 그룹 직원들과 1000여개의 관계사가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11일 중국 상무부가 "외국자본의 M&A에 엄격히 대응하겠다"며 자국기업 보호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확대 시도에 발목이 잡힌 것.

합작 기업간 분쟁은 어느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아시아의 경우 복잡한 각종 규제와 경제시스템의 차이 등으로 충돌이 잦고 그 수위도 높다.

액손 모빌은 인도네시아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권을 놓고 국영기업 퍼태미나와 수년간 분쟁을 벌였다. 코카콜라는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 집안과 연관이 있는 회사와 조인트 벤처를 만들었지만, 이 회사의 중역과 대통령의 딸이 이혼하자 합작관계가 깨져 버렸다. 맥주회사 칼스버그는 2003년 태국의 맥주회사 '창'과의 합작관계를 청산했다가 일방적으로 철수한다는 이유로 25억 달러의 국제 소송에 걸렸다.

특히 중국은 해외기업들이 혀를 내두르는 가장 까다로운 국가 중 하나. 기업 대다수가 국영이거나 정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최근 분기보고서에서 "해외기업 상당수가 중국공산당이 행사하는 힘에 눌려 자유로운 투자활동을 제약받는 암울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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