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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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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 “얼음 녹이는 방문”=중국 언론은 원 총리의 한일 양국 방문을 앞두고 천양지차의 보도 태도를 보였다. 일본 관련 보도는 넘치는 데 반해 한국 관련 보도는 거의 찾기 어렵다.
중국이 한국을 냉대하기 때문은 아닌 듯하다. 원 총리의 방일을 ‘얼음을 녹이는 방문(融氷之旅·융빙지려)’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그의 방한은 ‘우호 방문(友好之旅·우호지려)’으로 일본보다 훨씬 친밀한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명 종합검색 사이트인 써우후(搜狐)는 최근 원 총리의 한일 방문을 앞두고 ‘양국 방문 소식란’이라는 전문 코너(news.sohu.com/s2007/wjbfhr/)를 마련했다.
이 코너에 올려진 수십 개의 기사 중 한국 관련 기사는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특파원들이 원 총리를 인터뷰한 것이 유일하다. 반면 방일과 관련해서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 ‘양국 반응’, ‘양국의 영역별 쟁점’, ‘전문가 분석’ 등 다양한 형태의 기사가 마련됐다.
중국중앙(CC)TV는 원 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4∼6일 일본을 집중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반면 한국 관련 프로그램은 없다.
일본 보도가 넘쳐나지만 보도 내용은 대부분 ‘양국 관계가 이번에는 정말 화해와 공동번영의 새 길로 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 섞인 전망들이다. 실제로 양국의 난제는 해결된 게 거의 없다.
일본은 이번에 동중국해의 가스전 개발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중국은 의제에도 올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지만 아베 총리는 “그런 약속은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일본이 강렬히 바라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중국이 완강하게 반대한다.
얼음이 깨지기만 했지 아직도 곳곳에 얼음 조각이 흩어져 냉기가 가시지 않은 셈이다.
중국의 외교전문가들은 난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중국이 대일 유화정책을 쓰는 것을 ‘전략실험’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에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의 모험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중국학자들은 전략실험을 일단 성공적으로 평가한다.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는 일단 텄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중-일 관계가 한국과 같은 ‘우호 방문’이나 ‘협력 방문’의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일본 언론에는 연일 일본에 다가서는 중국을 다룬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으로부터도 CCTV가 3일에는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여론 조성에 애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냉각됐던 양국 관계는 ‘정랭경열(政冷經熱·정치에서 얼어붙고 경제에서는 활발하다는 뜻)’이란 말로 표현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아베 총리가 취임 직후 중국을 방문해 ‘전략적 호혜관계’ 구축에 합의한 뒤 분위기는 달라졌다.
원 총리는 4일 일본 기자단과의 회견에서 “일본의 번영과 발전에서 국민의 근면함과 창조적 정신을 피부로 느꼈다”는 등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에 가면 대학생과 야구를 하고 싶다”거나 교토(京都)의 농가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는 등 ‘서민총리’적 면모로도 어필할 생각을 내비쳤다.
원 총리가 이처럼 양국 관계 발전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는 것은 일본과의 관계 발전이 ‘중국의 국익에 매우 불가결하다’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해석했다.
양국은 우선은 에너지 절약, 환경 문제 등 실리와 미래지향성을 내세운 사업을 중심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당장 원 총리의 방일에 맞춰 중국의 에너지 관련 기업이나 정부기관 연구소 관계자 100여 명이 일본을 찾는다.
그러나 일본 내 보수파의 발목잡기 움직임은 양국 관계의 전망을 여전히 어둡게 만든다. 보수파는 아베 총리에 대해 야스쿠니신사 참배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 보수적 맥락에서 견해를 같이하는 자민당 중장년 의원들이 ‘가치관 외교’를 내건 새 의원모임 결성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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