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시험관 쌍둥이 줄여라”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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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시술시 배아 주입 1개로 제한

영국이 쌍둥이 출산을 줄이기 위해 시험관 수정 시 여성의 자궁에 주입하는 배아(embryo)를 1개로 제한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시험관 수정 배아는 불임 여성의 난자를 떼어 내 체외에서 정자와 수정시킨 것. 보통 시험관 아기 시술 시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2개 이상을 동시에 자궁에 주입하기 때문에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약 25%)이 상대적으로 높다.

1일 영국 인디펜던트와 BBC방송에 따르면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은 불임 클리닉이 시험관 수정을 하는 여성들에게 1개의 배아만을 주입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각 불임병원에서 출생하는 쌍둥이의 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쌍둥이 출산으로 인한 산모의 건강 악화 및 조산, 출산 시 태아의 사망 위험 등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 영국에서 연간 쌍둥이 출산 건수는 1975년 6000건에서 현재 1만 건으로 66% 증가했다.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가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사례는 6배, 쌍둥이 중 최소 한 명이 생후 1개월 내 사망할 확률은 7배까지 높아졌다. 이는 자연 임신인 경우보다 10배나 높은 수치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행정 당국이 쌍둥이가 늘어남에 따른 관련 비용 부담 증가, 신생아실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편의적 발상으로 이번 조치를 내놨다고 비판하고 있다. 불임 여성들의 반대 여론도 뜨겁다.

지난해 시험관 수정으로 쌍둥이를 낳은 소피아 키프리아누(36) 씨는 “배아가 둘이면 하나가 죽더라도 다른 하나가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임신이 절박한 여성들에게 그 가능성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2만5000파운드를 들여 각종 의학적 시도를 했는데도 5년간 임신을 하지 못해 자살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영국 시험관 아기 시술의 권위자인 이언 크래프트 박사는 “HFEA가 배아의 주입 제한으로 쌍둥이 출산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에 따른 불임 여성들의 피해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배아 한 개로 충분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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