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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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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는 현재 확실한 과열 상태입니다. 고정자산 투자는 줄이고 내수를 크게 늘려야 합니다.”
류웨이(劉偉·50) 베이징(北京)대 경제학원 원장은 정부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몇 안 되는 석학 중의 한 사람이다. 27일 오후 원장실에서 만난 그는 중국의 경제상황을 이렇게 진단하며 “정부가 앞으로도 투자는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거시조정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또 “중국의 경제규모가 2022년경엔 일본을, 2040년경엔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을 경기 과열로 봐야 하나.
“지난해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액은 10조9870억 위안(약 1335조14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4% 증가했다. 이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8년간 평균 13.5%보다 10.5%포인트 높고 고정자산 투자 증가의 상한선으로 여겨지는 22.5%보다도 1.5%포인트 높다.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액은 최근 40개월 연속 22.5%를 넘었다. 이는 확실한 과열이다.”
―고정자산 투자를 줄이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질 가능성은 없나.
“고정자산 투자를 줄이는 대신 수출과 내수를 늘리면 경제성장률은 둔화되지 않을 것이다. 투자가 1% 늘면 소비는 0.56% 준다. 그러나 투자가 22.5%를 넘은 상태에서 1%포인트 늘면 소비는 0.8%포인트가 준다. 따라서 투자를 줄이면 소비가 늘게 된다. 수출과 소비가 는다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실업은 투자뿐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서 일어나는 일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0조 달러로 미국 12조9800억 달러의 77%에 이른다. 중국의 최근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앞으로 3, 4년 안에 PPP GDP는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이는 데….
“세계은행에 따르면 위안화와 달러화의 구매력 비율은 1.9 대 1이라고 한다. 중국의 PPP GDP가 공식 환율 수치보다 4배 많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또 일부 서비스 산업이 GDP에서 빠져 20% 정도 저평가돼 있다고 한다. 이를 그대로 수용하면 지난해 공식 환율로 1인당 2000달러 수준인 중국의 PPP GDP는 1만 달러가 된다. 그러나 소득이 1만 달러인 나라와 중국의 생활수준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크다. 따라서 이는 실제와 부합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의 환율은 60% 정도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따라서 중국의 1인당 PPP GDP는 3600달러 정도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최근 연속 4년간 1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5년 뒤 중국의 경제 규모는 어느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나.
“앞으로 5년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9% 선을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성장률과 위안화 절상 속도를 감안하면 2012년경엔 5000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의 GDP는 일본의 45%, 독일의 70% 규모였다. 앞으로 이런 성장 속도를 유지한다면 2022년엔 일본을, 2040년엔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비율이 정부 공식통계로도 10∼13%에 이르고 외국 컨설팅 회사들은 25∼40%로 보기도 한다. 일부 학자는 이를 ‘시한폭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중국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긴 하지만 외국 기관들이 보는 것처럼 높은 것은 아니다. 또 중국 금융기관의 운영체제 역시 갈수록 규범화되고 양호해지고 있다. 즉, 금융 위험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계속 높아지는 상태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마찰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중-미 간 무역규모는 미국 전체 교역량에서 아주 미미한 부분만을 차지하며, 중국의 무역흑자는 미국의 국제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적다.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수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 수출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수입은 중국 때문에 크게 늘지 않는 게 아니다.”
―최근 들어 위안화의 환율 절상이 점차 속도를 내는 것 같다. 올해 말까지 얼마나 절상될 것으로 보나.
“대략 10% 절상될 것 같다. 현재 위안화의 환율은 달러당 7.73위안인데 7.1위안까지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류웨이 원장은
△1978년 베이징대 경제학과 합격. 이후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박사 취득
△1989년 베이징대 부교수, 1992년 정교수로 파격 발탁
△2002년∼ 베이징대 경제학원 원장
△주요 저서: ‘몇 가지 선택 가능한 개혁의 모식’(1985년), ‘90년대 중
국 시장소비 전략’(공저·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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