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에 무너진 휴대전화 왕국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본의 휴대전화기 산업은 기술에 대한 자만심과 특정 시장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본은 3세대(3G) 이동통신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했다. 휴대전화도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고난도 기술을 구현한 기종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도 일본 휴대전화 생산업체들의 2005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에릭손과 제휴한 소니를 제외하면 모두 합쳐 봐야 8.8%에 불과하다. 점유율 7.0%의 LG전자를 겨우 웃돌지만 삼성전자의 12.9%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1990년대 일본의 휴대전화 시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고속 성장을 이뤘다. 휴대전화기는 만들기가 바쁘게 팔려나갔다. 국내 시장만으로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던 일본의 휴대전화기 생산업체들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기술 개발에 소홀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도 당장에는 달콤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됐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제품이 팔려나가기 때문에 영업력을 개발할 동기가 없었다.

일본 업체들이 정신을 차린 것은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진 2000년 무렵. 그러나 이른바 ‘세계 최고의 기술’도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내는 노키아나 삼성전자의 경쟁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