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고이즈미 개혁은 극약”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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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개혁은 극약, 내 정책은 한약(漢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임자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개혁정책을 극약에 비유했다.

이는 그가 최근 ‘탈(脫)고이즈미 노선’을 부쩍 강화하는 가운데서 나온 발언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9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그를 열렬히 신봉해 온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자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고이즈미 전 총리의 개혁정책은) 약간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는 극약을 포함한 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등장했을 때는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때여서 기존 방식을 깨부수지 않으면 안됐다”면서 “깨부수는 데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적합한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정권에서 홍보, 정보, 국회대책을 총괄하는 관방장관을 지낸 그가 ‘부작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베 총리는 반면 자신의 정책을 한약에 빗대면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므로 알아차렸을 때는 상당한 성과가 나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약’의 구체적인 사례로 지난해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 교육기본법 개정안과 방위성(省) 승격 법안을 들었다.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교육의 기본목표로 ‘개인의 존엄’ 대신 ‘애국심’을 앞세운 법안이며, 방위성 승격 법안은 기존 방위청을 성으로 격상시켜 군사대국화를 앞당기는 법안이다.

이날 열린 자민당 당기위원회도 아베 정권이 고이즈미 정권과 선을 그어 차별화에 나선 상징성이 큰 자리였다. 자민당 당기위원회는 2005년 7월 고이즈미 전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한 ‘우정(郵政) 민영화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가 쫓겨난 에토 세이치(衛藤晟一) 전 의원을 찬성 10표 대 반대 7표로 복당시켰다.

자민당 집행부는 에토 전 의원을 7월 열리는 참의원 선거의 비례대표로 12일 공식 결정할 예정이다.

에토 전 의원 복당에는 공동여당인 공명당뿐 아니라 자민당 안에서도 비판여론이 거셌다. 이런 인물을 당기위원회가 분란을 일으키면서까지 무리하게 복당시킨 이유는 단 한 가지, 아베 총리가 강력히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에토 전 의원은 일본의 군국주의 과거를 미화하고 군위안부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해 과거 아베 총리와 함께 활동해 온 이른바 ‘코드’가 맞는 인물로 꼽힌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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