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관료 출신 지사 전성시대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일본에서 경제산업성(옛 통상산업성) 출신 전직 관료들이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지방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행정은 물론 산업에 정통한 이들의 경험이 ‘표심(票心)’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47명에 이르는 일본의 현역 지사 중 중앙성청(省廳) 출신자는 27명. 지방자치 주무부서인 총무성(옛 자치성) 출신이 14명으로 가장 많고 경제산업성이 9명으로 뒤를 잇는다.

그러나 최근 추세를 보면 지자체의 상전 격인 총무성 출신은 ‘지는 해’, 경제산업성 출신은 ‘떠오르는 태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징적인 사례가 지난해 12월 총무성 출신 기무라 요시키(木村良樹) 전 지사가 담합사건으로 체포돼 치러진 와카야마(和歌山) 현지사 선거에서 경제산업성 출신인 니사카 요시노부(仁坂吉伸) 현지사가 당선된 것.

지난해 치러진 9개 광역지자체의 지사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수적으로도 경제산업성 출신이 3 대 2로 총무성 출신을 눌렀다.

‘질적’인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총무성 출신들이 당선된 이시카와(石川) 현과 교토(京都) 부 지사 선거는 ‘지방행사’로 조용히 치러진 반면, 경제산업성 출신들이 당선된 나가노(長野) 현과 오키나와(沖繩) 현 선거는 일본 열도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경제산업성 차장 출신인 무라이 진(村井仁) 나가노 현지사는 일본 정치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다나카 야스오(田中康夫) 전 지사를 꺾어 중앙정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경제산업성 과장 출신인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 현지사는 박빙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군기지 반대’ 구호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야당 후보를 큰 차로 눌렀다.

개혁과 미군기지 찬반 등 거대담론보다는 지방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같은 피부에 와 닿는 ‘경제 살리기’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선 점이 승리 비결로 꼽힌다.

일본의 전체 경제 체질이 민간 주도로 바뀌었다는 점도 경제산업성 출신 지사 전성시대를 여는 데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산업 육성과 수출 확대라는 경제산업성의 시대적 소명이 끝남에 따라 출신 관료들이 지방을 비롯한 민간 부문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일본 지사 선거 당선자
지방자치단체당선자주요경력
나가노(長野) 현무라이 진(村井仁)관료(경제산업성)
와카야마(和歌山) 현니사카 요시노부(仁坂吉伸)관료(경제산업성)
오키나와(沖繩) 현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관료(경제산업성)
이시카와(石川) 현다니모토 마사노리(谷本正憲)관료(총무성)
교토(京都) 부야마다 게이지(山田啓二)관료(총무성)
가가와(香川) 현마나베 다케키(眞鍋武紀)관료(농림수산성)
후쿠시마(福島) 현사토 유헤이(佐藤雄平)국회의원
나가사키(長崎) 현가네코 겐지로(金子原二郞)국회의원
시가(滋賀) 현가다 유키코(嘉田由紀子)대학교수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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