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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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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체 53개국인 아프리카에서) 국가정상 43명이 베이징을 찾았다. 통상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아프리카정상회의(OAU) 때보다 더 모였다. 이런 상징적인 사건이 보고서 표지에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틀 앞선 6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창설 계획을 공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유럽사령부, 중부군사령부 등이 나눠서 맡던 일을 전담하도록 하는 ‘조직 개편’ 성격이었다.
그러나 두 사례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바로 같은 시점에 후 주석이 아프리카 8개국을 순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성대한 아프리카정상회담 행사를 치른 지 3개월 만에 다시 아프리카를 찾은 것이다. 인종학살의 참극을 부른 수단,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로 부른 짐바브웨도 포함돼 있었다.
▽아프리카를 내 품에=10일 종료된 후 주석의 순방 목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증액, 석유 구리 등 천연자원 장기구매 계약, 값싼 중국산 제품에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아프리카의 불만 잠재우기.
후 주석은 인종학살의 책임자로 지목된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궁 건립자금을 댔고, 축구장 제공을 약속했다. 중국은 최근 3년간 무상원조를 위해 10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런 물량 공세를 통해 중국은 대아프리카 교역액을 지난해 555억 달러로 늘렸다. 불과 7년 전보다 9배나 늘어난 수치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영국을 제치고 미국 프랑스에 이은 제3의 교역 대상국이 됐다.
후 주석은 잠비아에서 섬유공장 경영자에게서 “중국의 값싼 화학섬유 제품 때문에 천연섬유를 원료로 쓰는 아프리카의 생산기반이 무너진다”는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 남아프리카 섬유노조는 중국산 제품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수를 10만 명으로 추산했다.
그는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에서 열린 연설에서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신음했던 중국의 근세사를 앞세워 방어 논리를 폈다. 그는 “중국은 서구 열강의 힘을 앞세운 무역정책에 피해를 봤다. 우리는 아프리카에 어떤 체제나 방식이 우월하다는 식의 ‘어떤 요구’도 내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이 줄곧 펴 온 ‘불개입 정책’ 고수를 다짐한 것이다.
▽미국의 압박=‘어떤 요구’란 미국을 의식한 발언이다. 미국은 외국원조 자금을 제공할 때는 부패 없애기, 회계장부 투명성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해 왔다. 민주주의 확산 의지를 가진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의 취임 이후 이런 요구는 더 높아졌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정책은 2005년 로버트 졸릭 당시 국무부 부장관의 뉴욕 연설문에 잘 녹아 있다. 졸릭 부장관은 “중국의 성장과 국제사회 편입을 환영한다. 동시에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responsible stakeholder)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책임 있는’이라는 표현이 10번이나 사용된 이 연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독재국가를 돕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됐다.
미국은 앤드루 나치오스 국제개발처(USAID) 전 처장을 후 주석의 순방에 앞서 베이징에 급파했다. 그가 갖고 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는 “아프리카 독재국가 지도자에게 책임 있는 요구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 주석의 순방 행적에서 이런 주문에 귀를 기울인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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