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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9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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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에 들어오는 외국 항공사는 러시아 관제사로부터 이런 통보를 자주 받는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최근 사거리 8000km의 잠수함발사 미사일인 불라바(SS-NX-30)를 올해 안에 실전에 배치하기 위해 시험발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뒤의 풍경이다.
이처럼 러시아 군부의 입김이 날로 드세 지면서 러시아 주간 오고뇨크는 "국민 의식의 군사화가 소련 시절로 복귀한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러시아군의 득세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병력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1995년 러시아 국방 예산은 소련 시절의 20%로 떨어졌다. 당시 체첸 반군 진압에 나선 러시아 탱크 10대 중 2대는 목적지에 가기도 전에 길바닥에서 고장 나 반군의 총알 세례를 받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00~2004년에도 예산 사정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군 병력은 200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줄었다. 당시 국방 예산은 대부분 재래식 무기를 수리하는 데 사용됐다.
그랬던 러시아군이 16년간의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축적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잃어버린 군사대국의 자리를 회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바노프 장관은 7일 두마(하원)에서 "러시아 육군과 해군의 전쟁 대비태세는 소련 붕괴 이후 최고 상태이고 전투 능력은 소련 수준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2004년 이후 국방 예산이 크게 늘어 미국에 비해 떨어지던 핵 억지력의 불균형 상태를 대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말 세 차례 시험발사를 한 블라바 미사일은 뛰어난 성능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뚫을 수 있다는 게 러시아 군의 설명이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東進) 소식은 러시아 군부의 입김을 키우는 좋은 소재다. 미군 MD 기지가 체코와 폴란드에 설치된다는 얘기가 나오자 러시아군은 블라바 미사일을 올해 말 실전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9일 미국이 MD 레이더 기지를 하와이에서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 부근으로 전진 배치한다는 뉴스를 들은 러시아 군 수뇌부는 태평양함대의 핵 잠수함 수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나아가 러시아 해군은 대형 항공모함을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 항공기 40대 이상을 실을 수 있는 항공모함을 건조해 북해 함대의 쿠츠네초프 호와 함께 세계 어느 분쟁에도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번창하는 군수산업
러시아를 군사대국으로 키우는 또 다른 동력은 국방산업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무기수출 계약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러시아의 국내 수요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이바노프 장관은 "러시아 공장들이 국방부가 요구하는 물품을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국방부의 주문이 없어 군수 공장이 문을 닫던 풍경은 지금 찾아보기 힘들다.
러시아는 군수 산업을 키우기 위해 무기를 석유 수출을 위한 패키지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 무기를 대량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석유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군사대국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러시아는 1980년대 미국의 '스타워즈' 계획을 뒤쫓아 가려다 국가 경제가 마비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의 군사력 확대에 따른 국제 사회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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