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납치-고문하다니”…獨, 美CIA 요원에 체포영장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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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으로 오인돼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난 레바논계 독일인 칼레드 엘 마스리 사건이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 다시 타격을 가했다.

독일 법원은 지난달 31일 엘 마스리 씨를 2003년 마케도니아에서 납치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데려가 5개월간 감금 고문한 혐의로 CIA 요원 13명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엘 마스리 사건은 미국이 외국에서 납치한 테러용의자를 고문이 가능한 제3국의 감옥으로 이송해 온 관행을 확인해 준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독일과 미국의 돈독한 외교관계를 고려할 때 신중하기로 정평난 독일 사법부가 영장을 발부한 것은 CIA의 관행에 큰 법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독일 법원은 궐석재판을 허용하지 않고 미국도 신병을 독일에 넘길 가능성이 없지만 이번 영장 발부로 이들 CIA 요원은 유럽 지역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엘 마스리 씨는 2003년 12월 독일 울름에서 마케도니아 스코페로 휴가를 떠났다가 마케도니아 국경에서 억류됐다.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함부르크 지부장 칼레드 알 마스리와 이름이 비슷한 것이 화근이었다.

마케도니아 정부는 3주 만에 그를 풀어줬으나 곧 검은 옷을 입은 괴한들이 나타나 그를 붙잡아 때리고 벌거벗긴 뒤 항공기편으로 이라크 바그다드를 거쳐 아프가니스탄 카불까지 데리고 갔다.

엘 마스리 씨는 석방을 요구하며 40일 가까이 단식투쟁을 벌인 끝에 초췌한 몰골로 2004년 4월 알바니아의 외진 도로에 버려졌다. 미국 측은 사과 한마디 없었고 독일로 돌아갈 돈도 주지 않았다. 그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공포에 떨다가 알바니아 군인들에게 발견됐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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