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동맹 ‘규마發 난기류’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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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개전은 미국의 판단 잘못이다.”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해 미국은 뭘 잘 모른다.”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일본 방위상의 연이은 돌출발언에 미국의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일본 방위성 내부에서도 “미일동맹을 경시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들린다. 일각에서는 국내여론을 단속하려는 고도의 전술이라는 옹호론도 나오지만, 안보정책을 둘러싸고 미일 간에 전에 없던 삐걱거림이 들려오는 게 사실이다.

규마 방위상은 지난달 9일 방위청 장관에서 초대 방위상에 취임했다.

미국은 겉으로는 비판을 삼가는 자세.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규마 방위상의 이라크 정책 비판에 대해 “개인 견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정면에서 문제시하는 것을 피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앞서 일본 측에 일련의 발언에 관한 설명을 요구할 때도 ‘항의’ 형태는 취하지 않았다. 조용히 대응하자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이라크 개전의 판단을 비판한 발언은 조지 W 부시 정권뿐 아니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신뢰성에 상처를 입히고 동맹관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도 “아베 총리가 규마 방위상의 발언에 엄하게 대응하지 않아 미국인들에게 총리의 리더십에 관한 의구심을 일으켰다”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데릭 미첼 선임연구원의 말을 전했다.

규마 방위상의 후텐마 비행장 문제 수정발언을 둘러싸고도 미국에는 “극히 유감이며 환멸감이 퍼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미국은 일본 측이 “실시할 수 있다”고 확답해 이번 계획에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방위상이 아주 쉽게 ‘수정’을 입에 담는 것에 충격을 받았으며 일본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됐다는 것.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5월 아베 총리의 방미 전에 개최키로 양국 간에 합의했던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2+2)도 ‘조정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까지 들린다. 심지어 “적어도 미군 재편에 대해 규마 방위상과 대화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규마 방위상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며 방위상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한편 규마 방위상 주변의 관계자들은 (문제 발언들은) “미국 비판이 목적이 아니고 국내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름 참의원 선거에 대비해 이라크 특별조치법을 연장하고 미군 재편 관련 법안의 처리를 원만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규마 방위상은 최근 주변에 “좀 심하게 말했는지 모르지만 이라크 특별조치법을 제대로 연장하는 것이 미일 동맹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나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도 내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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