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주석직 이양설 …권력투쟁 신호탄

  • 입력 2007년 1월 11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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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중국 공산당 17대 당대회에서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중국 지도부가 심상치 않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라이벌인 쩡칭훙 부주석에게 주석직을 넘길 것을 촉구받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고위 지도부와 가까운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쩡 부주석의 지지자들이 오는 2008년 개막되는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쩡 부주석에게 주석직을 이양할 것을 후 주석에게 촉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더 이상 한 사람이 세 자리를 모두 맡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현재 국가주석은 물론 공산당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당.정.군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쩡 부주석의 지지자들이 4명의 지도자가 권력을 나눠가졌던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 지도부는 마오쩌둥 당 총서기, 류사오치 국가주석, 저우언라이 총리, 주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해 중국을 이끌었다. 집단지도체제는 1980년대 초까지 계속됐으나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급부상한 장쩌민이 처음으로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군사위 주석에 오르면서 권력이 한사람에게 집중됐다.

후 주석이 쩡 부주석에게 실제 주석직을 이양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로이터 통신은 후 주석이 쩡 부주석에게 주석직을 넘길지 확실치 않지만 오는 9월에서 11월 사이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17대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최고 지도자들 사이에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후 주석의 약한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과 권력 장악에 대한 후 주석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소식통은 "후 주석이 쩡 부주석에게 주석직을 이양하면 국내적으로는 도량이 큰 인물로 여겨지겠지만 국제무대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주석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 주석에게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학의 중국문제전문가 케네스 리버설 교수는 "쩡 부주석이 주석이 되더라도 후진타오는 당과 군의 주요 권력기반을 계속 장악하게 된다"면서 주석직은 상징적인 자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 소재 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의 케리 브라운연구원도 쩡 부주석의 권력기반이 무엇인지 등은 분명치 않지만 현재 후 주석의 권력기반은 매우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홍콩침례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 드골러는 이러한 움직임이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후 주석이 상당히 빨리 주석직에서 물러난다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최종 준비하는 데 후 주석이 (당 내에서) 완전한 신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급속도로 세가 위축되고 있는 상하이방이 반격에 나선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쩌민 시절 중국을 호령했던 상하이방은 최근 상하이방의 핵심 인물인 천량위 상하이시 서기 겸 정치국원이 사회보장기금유용 등 비리 혐의로 해임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권력 서열 5위인 쩡 부주석은 상하이시 서기를 지낸 대표적인 상하이방. 한때 장쩌민의 최측근 심복으로 꼽혔던 그는 그러나 최근 상하이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후 주석 편으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상하이방에 대한 대대적인 척결 작업도 그의 작품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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