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이라크사태 결단의 때가 왔다

  • 입력 2006년 12월 29일 03시 00분


2006년 이라크 상황이 나빠진 것은 비극적이지만 불가피한 일이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이라크 정정(政情)을 수치화한 ‘이라크 지수’는 이런 사태 악화 양상을 명확히 보여 준다(www.brookings.edu/iraqindex 참조). 이라크 민간인을 겨냥한 폭력사태가 늘었고 미군과 이라크군을 향한 무장테러는 줄지 않았다. 경제개발도 지지부진했다.

2006년에는 통계 수치의 악화 이외에도 이라크인의 정치적 자신감에 타격을 주는 두 가지 사태 전개가 진행됐다. 첫째, 2005년 실시된 첫 선거 결과가 국내 상황에 진전을 불러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니파, 시아파 정치인들은 국가통합보다 자기 종파의 정치적 이익에 혈안이 됐다. 둘째, 2월 22일 시아파의 성지인 사마라 사원에 수니파가 폭발물을 터뜨린 것을 계기로 이라크에 내전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내전이 있느니 없느니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니파, 시아파가 서로 벌이는 테러와 폭력의 잔혹성은 어떤 기준을 들이대더라도 이 나라가 내전 단계에 들어섰음을 말해 준다. 이라크는 이제 지구상에서 서너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폭력의 땅’으로 변했다.

이라크 지수에서 희망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인 치안병력의 무장 및 훈련수준은 높아지고,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고, 예방접종을 받는 어린이도 늘어났다. 그러나 질병의 위협에서 벗어난 어린이들의 등굣길은 폭탄테러에서 안전하지 못하며, 거시경제 지표 개선과 달리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치안 불안 지역의 체감경제 개선은 허상에 가깝다.

사회 인프라인 상하수도 전기 가스 공급은 저개발국 중에서 나은 편이지만 사담 후세인 치하보다 나을 것도 없다. 자동차 연료나 난방유 보급은 전쟁 직후인 1, 2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1·7중간선거 직전 “절대적으로 우린 승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제 대부분의 미 국민은 이라크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주도한 이라크스터디그룹(ISG)은 “이라크 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임한 도널드 럼즈펠드 전 장관은 11월 유출된 메모에서 “이라크 상태가 악화일로다. 유고연방 내전 해법과 같은 방식(데이턴협정)의 평화협상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극적인 반전이 필요하다. ISG와 국방부가 제안한 것 같은 절충적 ‘옵션’ 방식이 절실하다. 부시 대통령은 내년 1월 온 국민이 기다리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라크 해법을 밝힐 것이다. 일자리 창출 대책, 치안 공백이 느껴지는 바그다드에 새 병력 2만5000명 추가 투입, 이라크 문제의 자력 해결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이라크 정치인에의 최후통첩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의 종파별 분배와 같은 핵심 쟁점에 수니파와 시아파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미군의 이라크 지원이 줄어들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제안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비상대책(Plan B)’을 1년 내로 도입해야 할지 모른다. 럼즈펠드 전 장관과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장 내정자가 그동안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진 이라크의 느슨한 분할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종파 간 정치경제적 이해가 맞아떨어지도록 이라크 국토를 조각조각 재구성하는 작업을 미국이 돕는 것은 현 상황의 대안이 될 수 있다. 2007년 새해는 이라크를 통합하건, 분할하건 미국이 결단을 내릴 시점일지 모른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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