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 ‘성탄 선물’

  • 입력 2006년 12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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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상이 23일 공식회담을 열고 양국 간 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2005년 2월 당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회담 이후 22개월 만에 성사된 양국 정상회담이다. 에후드 올메르트 현 이스라엘 총리가 올해 1월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담이기도 하다.

올메르트 총리와 아바스 수반은 이날 이스라엘 총리 관저에서 이뤄진 2시간의 회담을 통해 ‘진정한 파트너’로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혔다.

올메르트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넘기지 않고 동결한 세수 중 1억 달러를 넘기기로 결정했다.

또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운영하는 병원들에 725만 달러의 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으로 들어가는 물품에 대한 관세 등 징수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동결한 세수는 현재까지 5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무장세력 하마스가 올해 초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해 내각을 장악하자 이스라엘은 ‘돈 줄 죄기’로 팔레스타인을 압박해 왔다.

1억 달러의 동결자금이 풀리면 경제난으로 고전해 온 팔레스타인 정부가 한시름 놓게 될 전망이다. 우선 몇 달째 밀린 공무원 16만5000여 명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공무원들의 시위와 반발로 해이해진 내부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동결 자금 해제와 함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불만을 사 온 요르단 강 서안지역의 검문을 완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런 화해 시도로 각각 입지 강화를 노리고 있다.

아바스 수반은 최근 조기총선 계획을 밝혔다가 하마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하마스와 대립하고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아바스 수반에게 힘을 실어 줄 필요성이 커진 셈. 올메르트 총리도 올해 레바논과의 전쟁으로 추락한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새 이슈를 찾고 있던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올메르트 총리는 이날 부인과 함께 아바스 수반을 마중 나와 양쪽 뺨에 입을 맞추며 환대했다. 이후 회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랜 분쟁을 끝내고 평화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지역 전문가들은 “점령지 반환 문제나 포로의 교환 석방 같은 주요 현안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한 이번 정상회담은 일시적인 화해 제스처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길라드 샬리트 상병은 하마스 계열의 무장조직에 포로로 잡혀 아바스 정부가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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