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증명서 활개' …中유부남 신분세탁에 위조호적 이용

  • 입력 2006년 12월 20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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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증명서 위조범 일당과 함께 돈을 주고 가짜 증명서를 구입한 사람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취업 등의 각종 목적에 위조 증명서가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경찰에 적발된 위조 증명서 구입자들은 주로 원하는 직장을 잡는 데에 가짜 증명서를 활용했지만 능력있는 의사로 보이거나 유부남 사실을 숨기려 외국대학의 위조 수료증이나 가짜 호적등본을 활용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조된 증명서는 원본과 대조하기 전에는 진위를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으며 그림문자나 스티커 등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는 증명서의 경우에 구입자들은 100만원이 넘는 고액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현재까지 조사가 끝난 사람 외에도 사기범 일당으로부터 위조증명서를 구입한 사람이 수백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하는 한편 중국에서 활동 중인 사기범 일당이 수십억대 토지 사기에도 연루된 사실을 확보해 수사를 병행할 방침이다.

◇가짜증명서 사용 '천태만상'

인천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K(38)씨는 손님들에게 능력있는 의사인 것처럼 보이려 한 인터넷 카페에 오른 위조 증명서 제작 광고를 보고 증명서 사기일당인 최모(32)씨에게 연락을 했다.

K씨는 미국 모 주립대 임플란트 수료증을 의뢰하며 60만원을 송금했고 중국 현지에서 입금을 확인한 최씨는 해당 대학의 수료증을 만들어 국제 택배서비스를 이용해 배달했다. K씨는 가짜 수료증을 병원에 전시하고 환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사용했다.

위조된 증명서는 유부남의 혼인사실을 숨기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P(33)씨는 7년간 사귄 애인 몰래 결혼한 사실이 들통나게 돼 고소당할 상황에 처하자 최씨 등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를 찾아 가짜 호적등본 제작을 부탁했다.

P씨는 애인에게 등본 상 미혼임을 보여주려 가짜 호적등본을 만들었지만 얼마 못 가 들통이 났고 P씨는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돼 조사를 받고 있다.

L(32)씨는 부모님 눈을 속이려 대학졸업장을 위조한 경우. 명문대에 재학하다 성적불량으로 제적을 당한 L씨는 입학 당시 '동네잔치'까지 벌이며 좋아했던 부모님에게 차마 말을 못하고 가짜 대학졸업장을 부탁했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밖에도 고액의 과외비를 받기 위해 지방대 의대생에서 명문대 의대생으로 탈바꿈한 여대생과 나이트클럽에 들어가려 주민등록증 위조를 부탁한 10대 미성년자까지 구입자들은 각종 이유로 위조된 증명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구입자 120명 중 가짜 증명서를 취업에 이용한 사람(47명)이 가장 많았지만 상대방을 속이거나(27명), 과시(17명)에 활용한 사람도 적지 않았으며 방송작가와 지역일간지 간부, 공단 직원 등 직업군도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

경찰이 압수한 가짜 증명서는 종류만 해도 10여종에 달하고 대학 학생증과 주민등록증 등 카드형태의 신분증은 진짜와 대조하기 전에는 진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됐다.

압수된 서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졸업증명서와 성적표는 종이 재질과 문양 등이 대학별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게 만들어져 겉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는 가짜 여부를 알 수 없을 만큼 치밀하게 위조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해외 대학의 수료증 등은 현지 대학에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원본 대조도 쉽지 않아 진짜 증명서로 쉽게 둔갑될 수 있었고 증명서 별로 인쇄방법을 다르게 해 위조 증명서의 '가치'를 높였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종류의 증명서가 정교하게 위조돼 있어 원본과 대조해 보기 전에는 진위를 구별하기 어렵다"며 "위조된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며 적발되거나 의심을 산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증명서 구입 '수백명' 계속 수사

경찰은 중국 모처에서 활동 중인 최씨 등 2명 등이 조직적으로 증명서 위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최씨 등이 사용한 이메일과 카페 로그인 기록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조사가 끝난 120명 외에도 계좌추적 결과 최씨 등에게 돈을 송금한 사람이 수백명이 넘게 나옴에 따라 위조 증명서 구입자에 대해 계속 수사해 관련자들을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최씨 등이 토지 소유자의 주민등록증과 등기부등본 등을 위조해 충북청원군에 있는 30억원대 상당의 토지를 불법 매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수사를 병행하는 한편 최씨 등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씨 등 2명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해 입국시 신병확보에 나설 방침이다"며 "이들이 30억원대 토지 사기사건에도 연루돼 있는 만큼 관련 수사를 병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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