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역사 공부 좀더 하라고 아베총리는 국민에 말해야”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역사를 말하라.”

헬무트 슈미트(87·사진) 전 서독 총리가 5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정치가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역사의 평가는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치가는 자국의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충고한 뒤 “아베 총리는 자국이나 타국의 역사에 대해 좀 더 공부하라고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한자나 유교, 선종(禪宗) 등 정신문화가 고대 중국에서 또는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전래된 것조차 잘 모르는 일본인이 적지 않으며 중국이나 한국이 일본을 불신하는 근원이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일본의 행동에 있음을 모르는 일본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둘러싼 중국 및 한국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가 취임 직후 중국과 한국을 연속 방문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며 “그것이 성실하고 진지한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이웃나라가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력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인터뷰 질문자에게 “아베 총리는 본심을 숨기고 중국과 한국을 방문했느냐”고 묻기도 한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워 야스쿠니신사를 거듭 참배한 뒤여서 아베 총리의 처지가 어렵겠다”면서 “그래도 ‘하고 싶으면 누가 뭐래도 한다’는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일본 국내에서 벌어지는 ‘핵무기 보유 논의’ 시비에 대해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장래에는 매우 회의적이라면서도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에 책임이 있는 독일이나 일본은 핵 (무장) 논의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도 1960년대에 NPT 서명에 대해 강한 반대가 있었으나 일본과 비교할 때 독일인이나 독일 정치가의 대응은 매우 억제되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자민당 정치가들이 언어를 신중히 고르고는 있지만 ‘핵 보유’라는 본심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앞으로 각국의 흥망을 점칠 때 인구학적 요소가 중요시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21세기 중반에 중국 인구가 16억, 인도는 15억 명에 이르게 되는 반면 인구가 줄기 시작한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미트 전 총리는 1974년 서독 총리로 취임해 1982년 물러날 때까지 유럽통화 통합을 추진하고 중거리핵전력(INF) 폐지에 앞장섰다. 최근에는 ‘이웃 중국(독어판)’이란 토론집을 출간하는 등 아시아에 정통한 유럽인으로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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