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니야 소장 “러, 북한에 원유 무상공급 재개할 수도”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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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기자
김기현 기자
“러시아가 옛 소련 붕괴 이후 중단했던 대북 지원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 원유를 무상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러시아의 저명한 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노다리 시모니야(74·사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에너지연구센터 소장은 28일 이같이 밝혔다.

시모니야 소장은 서울대 통일연구소(소장 박명규)와 미국 워싱턴주립대 국제정책연구소 주최로 27, 28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동북아시아 에너지 안보와 한반도’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러 수교의 산실이자 러시아 최대 정책연구기관인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원장(장관급)을 지내 크렘린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모니야 소장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 정부개발원조(ODA)를 재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우선 80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점차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 북한 등 동맹국과 제3세계에 대규모 대외원조를 제공했지만 1990년대 경제난으로 이를 전면 중단했다. 최근 고유가로 인한 ‘오일 머니’에 힘입어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자 G8(서방선진 8개국) 의장국의 위상에 맞게 대외 원조를 재개하기로 한 것.

시모니야 소장은 “북한에는 에너지 문제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대북 지원도 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는 지금까지 북한에도 국제 가격으로 원유를 수출하겠다고 고집해 러시아산 원유의 북한 공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시모니야 소장은 최근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국유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사할린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LNG)의 한국 공급은 2008년부터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사할린2 광구에서 생산된 LNG를 해마다 150만 t씩 20년간 도입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다국적 에너지 메이저 기업인 셸과 일본 미쓰이(三井) 등이 갖고 있는 사할린2 사업권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도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 시모니야 소장은 러시아 국영가스공사(가스프롬)가 이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쪽으로 논란이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으로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인근 코빅타 가스전을 중국∼서해∼한국으로 잇는 가스관 연결 사업은 전면 재검토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사업은 1999년 한국과 러시아가 합의했지만 현재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 정부는 가스관 노선을 극동 쪽으로 바꿔 태평양을 통해 일본 미국 대만 등으로도 수출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모니야 소장은 “관련국들이 시베리아나 사할린에서 러시아 극동∼북한∼한국을 잇는 가스관 노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서방의 우려는 오해이며 러시아는 경제적 국익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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