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철수’ 뜨거운 워싱턴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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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최대 현안이 된 이라크 철군 문제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인 8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한 데 이어 13일 초당파 모임인 이라크스터디그룹(ISG)의 핵심 멤버들을 만났다.

이와 관련해 시사주간 타임은 다음 달 정책건의서 제출을 앞두고 있는 ISG가 “내년 중 미군의 부분 철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12일 보도했다.

타임에 따르면 ISG의 건의사항은 △부분 철수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재배치 △이란, 시리아와의 이라크 문제 직접 대화 등으로 요약된다. 타임은 “ISG는 (이라크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고) 종파 간 내전 상태가 지속되면 미군이 ‘신속 철수’를 단행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부시 대통령은 의회 주도의 ISG 출범에 반대했지만 ISG 멤버였던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방장관에 지명하는 등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는 관측이 많다.

조슈아 볼턴 백악관비서실장도 13일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ISG가) 이란, 시리아와의 대화를 권고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부분 철군’에 대해서는 명확히 대답하지 않은 채 “시한을 못 박는 것은 ‘진짜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지만 “무엇이든 논의할 뜻은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 같은 기류는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보여 온 단호한 철군 거부 자세에 비춰 볼 때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대안 없는 철군은 무책임한 일이며 무장 저항세력에 승리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공화당은 올해 민주당이 제시한 ‘1년 내 철군’ 및 ‘연내 철군 시작’ 결의안 2건을 모두 거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기류에 반색했다. 내년 의회의 군사정책을 주도할 민주당 칼 레빈 상원의원은 ‘4∼6개월 내 철군 시작’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12일 ABC방송에 출연해 “완전히 군대를 빼자는 게 아니다. 이라크 정부에 ‘미국이 언제까지 무한 책임을 지면서 있을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부시 대통령이 ‘정책 변경’을 당장 수용할 것으로 예상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미군 철군 시 이라크 내 혼란이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철군 결정은 미국의 몫이지만 그 후에 벌어질 내전 격화에 따른 이라크 주민의 피해를 미국은 고려해야 한다”며 조기 철군 불가론을 지적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이라크스터디그룹(Iraq Study Group)

수렁에 빠진 이라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고민에서 3월 출범했다. 미국 의회는 공화 민주당 출신의 존경받는 안보전문가 10명을 위촉해 정파적 이익과 무관한 정책 조언 보고서를 연말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화당 쪽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민주당이 내세운 리 해밀턴 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공동의장을 맡았다. 그동안 자료 검토, 행정부 안보 당국자 면담, 이라크 현지 조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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