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이지메 자살’을 예고하는 학생들의 편지가 교육 당국에 잇따라 배달돼 일본 전국이 긴장한 가운데 12일에는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2건이나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사이타마(埼玉) 현 혼조(本庄) 시의 한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집 창고에서 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학생은 전날 상담원에게 “다른 반 아이에게서 ‘빌린 500엔에 이자를 붙여 2만 엔으로 갚으라’고 강요받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조사 결과 숨진 학생은 실제로 돈을 빌린 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학교 측은 숨진 학생이 이지메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오전 6시 40분경 오사카(大阪) 부 돈다바야시(富田林) 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1학년 여학생도 “저는 자살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8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담임교사는 이 학생이 내성적이어서 이지메 대상이 되기 쉽다고 보고 그동안 특별 관리해 왔다.
후쿠오카(福岡) 현 기타큐슈(北九州) 시에서는 한 초등학교 교장(56)이 12일 이지메 실태를 상급기관에 허위보고한 것을 자책하며 목을 매 자살했다.
이 교장은 전날 “5학년 여학생 2명이 반 친구들에게 돈을 빼앗기는 것을 이지메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시교육위원회에 거짓 보고했다”며 사과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7일 ‘이지메 자살’을 예고하는 첫 편지가 배달된 이후 행정력을 총동원해 자살을 막기 위한 대책을 추진해 왔으나 비극이 끊이지 않자 허탈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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