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살 예고’ 편지이어…중학생 2명 같은날 ‘이지메 자살’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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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집단 괴롭힘(이지메)이 발단이 된 학생과 교사의 자살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이지메 자살’을 예고하는 학생들의 편지가 교육 당국에 잇따라 배달돼 일본 전국이 긴장한 가운데 12일에는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2건이나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사이타마(埼玉) 현 혼조(本庄) 시의 한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집 창고에서 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학생은 전날 상담원에게 “다른 반 아이에게서 ‘빌린 500엔에 이자를 붙여 2만 엔으로 갚으라’고 강요받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조사 결과 숨진 학생은 실제로 돈을 빌린 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학교 측은 숨진 학생이 이지메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오전 6시 40분경 오사카(大阪) 부 돈다바야시(富田林) 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1학년 여학생도 “저는 자살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8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담임교사는 이 학생이 내성적이어서 이지메 대상이 되기 쉽다고 보고 그동안 특별 관리해 왔다.

후쿠오카(福岡) 현 기타큐슈(北九州) 시에서는 한 초등학교 교장(56)이 12일 이지메 실태를 상급기관에 허위보고한 것을 자책하며 목을 매 자살했다.

이 교장은 전날 “5학년 여학생 2명이 반 친구들에게 돈을 빼앗기는 것을 이지메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시교육위원회에 거짓 보고했다”며 사과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7일 ‘이지메 자살’을 예고하는 첫 편지가 배달된 이후 행정력을 총동원해 자살을 막기 위한 대책을 추진해 왔으나 비극이 끊이지 않자 허탈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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