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청년들, 대낮에 버스 방화

  • 입력 2006년 10월 23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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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프랑스 파리 남쪽 교외지역에서 청년들이 대낮에 버스를 불태우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경 청년 30∼50명이 지나가던 버스를 세우고 승객을 모두 내리게 한 뒤 석유를 뿌려 버스를 불태웠다. 불은 인근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4대로 옮겨 붙었다.

프랑스에서 대도시 교외지역을 중심으로 차량 방화 사건은 늘 있는 일이지만 대부분 밤을 틈타 벌어진다.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대낮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프랑스 전역을 뜨겁게 달궜던 소요 사태 1주년(27일)을 며칠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당국은 소요 사태의 재발을 우려하며 더욱 긴장하고 있다.

청년들은 버스를 불태운 뒤 한동안 현장을 지키다가 출동한 소방관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부상자는 없었다. 현장에서 2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1명은 13세 소년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소요 사태 때는 차량, 건물을 파손시키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경찰관, 소방관 등 사람을 겨냥한 폭력 사건이 부쩍 늘었다. 13일 파리 북쪽 에피네쉬르센에서는 차량 강도가 발생했다는 거짓 신고를 한 뒤 수십 명이 미리 매복해 있다가 경찰을 에워싸고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올해 들어 이처럼 공권력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건은 전국에서 매일 15건 정도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12대의 차량이 방화로 불탔다.

지난해 소요 사태 이후 프랑스 정부는 높은 실업률, 인종 차별 등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겠다며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지금도 대도시 교외지역의 실업률은 전체 평균의 2배인 22% 가량에 이른다. 25세 이하만 따지면 실업률이 40%까지 이르는 지역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 지났다고 교외지역 주민의 불만이 해소됐을 리 없다.

따라서 이런 지역의 치안은 오히려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소요 사태가 촉발된 파리 북쪽 센생드니 지역의 경우 올 상반기 강도 사건이 지난해보다 23%, 폭행 사건은 14% 증가했다.

최근 전국 순시를 돈 경찰 고위관계자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모두 11월에 지난해와 같은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 노조는 사태 1주년을 앞두고 방화와 폭력 사건이 증가하자 대규모 병력 배치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강경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사르코지 장관은 최근 "청소년이라고 하더라도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면 성인과 똑같이 중죄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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