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납세자연맹 총장 “소득세 60%, 스웨덴 좌파 패배 불러”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3시 00분


강병기 기자
강병기 기자
“스웨덴에는 고등교육을 받았는데도 일부러 직업을 갖지 않고 집에서 페인트칠을 하거나 가사를 돕는 이가 많습니다.”

스웨덴 국민은 일해서 번 돈의 3분의 2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일한다면 목요일 점심 이후부터 금요일까지 일한 부분만 실제로 ‘내 것’이 되는 셈이다.

집에서 쉬어도 국가에서 적잖은 실업수당 등이 나오기 때문에 굳이 직장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실업률은 높아만 갔다.

스웨덴 출신인 비에른 타라스발베리(사진) 세계납세자연맹 사무총장은 13일 서울 중구 남산동 퍼시픽호텔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번 스웨덴 총선에서 세금을 줄이겠다는 우파 정당이 승리한 것”이라며 “스웨덴은 결코 한국이 본받을 만한 복지모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60%가 넘는 소득세와 2.5%에 이르는 보유세, 이에 따른 높은 실업률이 스웨덴 총선의 향방을 갈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16일 출국한다.

―이번 방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12∼15일 열리는 아시아납세자연맹대회와 아시아태평양지역 조세정책포럼 등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납세자연맹 초청으로 방한했습니다.”

―최근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은 만족하지 못합니다. 서구 사회는 생산성은 높였지만 고용을 늘리지는 못했습니다. 세금이 많은 스웨덴도 실업률을 낮추지 못했습니다. 국민이 집에 있는 게 남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스웨덴은 한국에 좋은 모델이 절대 아닙니다.” ―한국은 보유세율을 장기적으로 집값의 1%까지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보유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유세는 매우 나쁜 세금입니다.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한 세금이기 때문이지요. 세금을 내기 위해 집의 방이나 벽돌을 팔 수는 없지 않은가요? 사실 이번 스웨덴 총선에서 좌파가 패배한 이유 중 하나는 높은 보유세율이었습니다. 우파는 많은 보유세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보유세율이 높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요.

“통상 부유층을 겨냥한 세금은 결국 서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보유세는 렌트비(전세비) 등으로 전가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서민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 우선 집이 한 채밖에 없는 은퇴자를 배려해야 합니다.”

―한국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높은 세금은 경제성장을 더디게 만들기 때문에 한국은 세금을 줄여 복지보다 경제성장에 치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경제성장으로 복지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타라스발베리 사무총장은 1984∼1985년 스웨덴 에릭손텔레콤의 부사장을 지냈으며 세계은행 고문을 맡기도 했다. 1988년 세계납세자연맹을 창립해 2004년까지 회장을 맡다가 이후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세계납세자연맹:

1988년 국가의 증세(增稅) 요구에 납세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정부기구(NGO). 세계 41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한국은 한국납세자연맹이 회원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