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조작 실수 하나로 121명 목숨 잃어

  • 입력 2006년 10월 11일 17시 43분


스위치 조작 실수 하나가 12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해 8월 14일 그리스에서 추락한 헬리오스 항공사 소속 여객기 추락사고는 전등을 켜고 끄는 것처럼 간단한 스위치 조작 하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그리스 항공안전국은 10일 최종 보고서에서 기내 압력조절장치 스위치가 '수동'에 고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기내 산소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장치로 비행 때 '자동'쪽에 고정돼 있어야 한다.

일차적인 책임은 지상의 엔지니어들에게 있었다. 비행기를 점검하면서 스위치를 무심코 '수동'으로 돌려놓은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종사들의 실수가 더해졌다. 기내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가 나왔지만 조종사들은 스위치가 잘못돼있음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종사들은 이윽고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잃었다. 비행기는 자동조종장치에 의해 2시간 동안 그리스 상공을 맴돌다 아테네 북서쪽 언덕에 추락했다. 탑승객 121명은 전원 사망했다. 시신 부검 결과 대부분의 승객이 추락 직전까지 숨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보고서에선 사고 당시 그리스 공군 소속 F16 전투기 2대가 여객기를 30분 동안 따라다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투기 조종사들은 여객기 조종실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조종사들이 쓰러져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잠시 후 객실에 있던 한 남자 승무원이 비틀거리며 조종실로 들어섰다. 안드레아스 프로드로모우로 씨로 밝혀진 그는 조종 훈련을 받은 적이 있었다. 프로드로모우 씨는 12분 동안 조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그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그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프로드로모우 씨가 최후의 구조 신호를 보낸 직후 여객기는 연료가 바닥나 곧바로 추락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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