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이슬람 탄압이 쿠데타 불러

  • 입력 2006년 9월 26일 03시 08분


19일 일어난 태국 군부 쿠데타는 이슬람교도인 손티 분야랏끌린 육군참모총장 휘하의 군부가 정부의 이슬람 저항세력 처리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가진 데서 비롯됐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또 군부가 19일 밤 쿠데타를 결행한 것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20일 비상사태 선포 계획을 사전에 인지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에 인접한 태국 최남단의 빠따니 얄라 나라티왓 등 3개 주는 이슬람교도가 80%를 넘는 곳으로 과거 말레이 이슬람 술탄령이었으나 1907년 영국과 태국 간 조약에 의해 태국으로 귀속됐다. 이 지역에서는 불교도 우선주의 경향을 보이는 탁신 전 총리가 집권한 뒤 2004년부터 이슬람 테러가 격화되기 시작해 2년 반 동안 테러로 인한 희생자가 1400명을 넘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탁신 정권이 지역 대화의 거점인 주민 참가 조직을 해산하고 군경 치안체제로 대체하는 등 강경책으로 일관하면서 이슬람교도 주민들의 불신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슬람교도인 손티 장군은 지난해 이슬람 측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육군총사령관에 임명됐으나 탁신 정권은 그가 제안한 이슬람 저항세력 지도자와의 대화 노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침내 남부의 상업 관광중심지인 핫야이에서 16일 폭탄 테러가 발생해 4명이 죽고 수십 명이 부상하자 군부는 테러가 푸껫 등 북부 관광지로 확산될 경우 연간 50억 파운드 규모의 관광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최종 결심을 내렸다는 것.

그러나 쿠데타 결행일이 하루만 늦었더라면 탁신 전 총리의 비상조치 선포에 따라 쿠데타가 미수에 그쳤을 가능성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손티 장군 등이 수일 앞서 쿠데타 조짐을 알아챈 탁신 전 총리 측의 비상사태 선포 정보를 입수하고 하루 전날인 19일 선수를 쳐 ‘거사’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한편 실각한 탁신 전 총리의 부인 프로자만 씨는 영국에 있는 남편과 합류하기 위해 25일 오전 방콕을 떠났다고 태국 출입국 관계자가 밝혔다. 영국에 유학 중인 딸을 제외한 탁신 전 총리의 자녀 2명은 아직 태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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