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등교사들 "나 떨고 있니"

  • 입력 2006년 9월 14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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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여교사 A씨는 7월 수업시간에 떠드는 B군에게 주의를 줬다.

B군은 "나만 그런 거 아냐"라고 소리치면서 A씨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A씨가 주먹질을 막기 위해 두 팔을 끌어안자 B군은 A씨의 팔을 물어 피멍이 들게 했다.

일본에서 제자에게 맞는 초등학교 교사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일본의 공립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례가 지난해 464건으로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13일 발표했다. 2002년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학생 간의 싸움을 포함한 초등학교의 교내 폭력행위 전체 건수도 1년 전에 비해 6.7% 늘어난 2018건에 이르렀다. 중학교와 고교는 예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폭행 청소년의 저(低)연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심지어 교사를 폭행한 뒤 오히려 협박하는 초등학생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교사의 체벌이 큰 문제가 돼기 때문에 교사를 함부로 대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2년 전 도쿄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한 50대 남자교사 C씨의 경험담.

C씨는 수업시간에 종이를 말아 야구를 하는 D군을 붙잡아 자리에 앉히려고 했다가 가슴에 주먹질을 당했다. 그래도 C씨가 팔을 놓아주지 않자 D군은 "아파. 교육위원회에 말해서 목을 잘라주지"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고민으로 식욕까지 없어진 C씨는 1학기 동안 7kg나 빠진 끝에 2학기에는 수업방침을 바꿨다. 사소한 소란에는 아예 눈을 감았으며 "피곤하면 잠을 자도 좋으니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만 안 되게 해 달라"고 통사정을 하며 겨우 수업을 했다.

초등학교의 '교실 붕괴'현상이 이처럼 심각한 이유로는 학생들의 언어표현 능력 부족이 꼽히고 있다. 말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부모의 일방적인 '내 자식 사랑'도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고쿠(中國)지방의 한 남성 교사 E씨는 지난해 반 학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이지메)을 당한 끝에 학부모들에게 괴로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학부모들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왜 우리 아이를 나쁜 애로 만드느냐"는 질책이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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