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세대’에 美 부모들도 골머리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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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했던 자식이 ‘번듯한’ 대학을 나와 직장을 잡고도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면…. 워싱턴포스트는 3일 부모 품으로 돌아오는 ‘부메랑 세대(Boomerang Generation)’가 최근 미국에서도 급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경제적 이유가 대부분이다. 어렵게 취직은 했지만 초봉에 비해 대도시의 주택 임차료와 생활비는 하늘을 찌를 듯 높기만 하다. 저축해 둔 것은 없고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과 카드 빚만 잔뜩 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기 일쑤다. 대학 관련 리서치 회사 ‘스튜던트 모니터’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들은 평균 2만5760달러(약 2467만 원)의 빚을 지며 졸업후 7.9년 동안 이를 갚아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 해서, 또는 경영대학원이나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돌아온 자식을 맞는 부모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함께 살면 집안일이라도 거들어 주기를 내심 바라지만 나름대로 바쁜 자식은 어릴 때 버릇대로 집에서 게으름만 피울 뿐이어서 자칫 갈등을 빚기 쉽다.

‘인생 4분의 1 지점의 위기’의 저자 애비 윌너 씨는 “먼저 부모가 돌아온 자식과 함께 자식의 재정 형편과 앞으로 얼마나 집에서 살 것인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가능하면 부모와 자식 간에 계약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장이 없는 자식의 경우 일주일에 몇 시간을 구직을 위해 노력할 것인지, 자녀의 방에 부모가 몇 번이나 들어갈 수 있는지까지 약속하라는 것.

‘부메랑 국가’의 저자인 엘리나 퍼먼 씨는 “자식에게 ‘방값’을 받으라”고 충고한다. 매정해 보이고 자식도 이런 부모의 태도에 당황하겠지만 상징적으로 매달 50달러라도 받으라는 것이다.

많은 부모가 자식이 돈을 모아 하루라도 빨리 집에서 나가 줬으면 하는 마음에 자식의 돈에 손을 대는 것을 꺼리지만, 받은 돈을 모아서 투자했다가 자식이 독립할 때 돌려주는 방법도 있다.

굳이 자식에게 ‘하숙비’를 받는 것은 예산을 세우고 규모 있게 생활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게 하기 위해서다. 대학 때까지는 용돈을 받아 여유롭게 여가 생활을 했지만 막상 자기 돈으로 살아가려니 좋아하는 축구 경기를 보러 가는 것까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는 것.

플로리다대에서 경영학과 통계학을 전공하고 2003년 졸업한 빅토리아 그로스먼(25·여) 씨는 졸업 당시 5000달러의 빚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단순히 얹혀산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충고대로 부모와 함께 사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했다. 그 덕분에 빚도 갚고 회계법인에 연봉 4만 달러의 정규직을 얻어 최근 다시 독립할 수 있었다.

부모와 자식의 노력에 따라 ‘부메랑 세대’도 얼마든지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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