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동안 ‘완전한 사육’…피랍 오스트리아 소녀 감금생활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볼프강은 항상 나에게 친절했어요.”

10세 때 납치됐다 8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오스트리아 소녀 나타샤 캄푸시(18) 양이 납치범 볼프강 프리클로필(44)에 관해 경찰에 증언한 얘기다. 그녀는 “처음 1년간은 그를 ‘주인님(master)’이라고 불렀다”고도 했다.

심리학자들은 캄푸시 양의 심리상태를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끔찍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납치범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돼 오히려 호감을 보이는 현상.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은행 강도 4명의 인질 사건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캄푸시 양은 1998년 3월 등굣길에 납치된 뒤 사설 감옥 같은 비밀 방에서 지내다 23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 납치범인 프리클로필은 캄푸시 양이 탈출한 뒤 열차에 치여 숨졌다. 범행이 드러나자 자살을 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캄푸시 양이 갇혀 있던 장소는 범인의 집 차고 지하에 만들어진 방. 6m²(약 1.8평) 면적에 창문도 없었지만 화장실, 싱크대, 침대, TV까지 갖췄다. 범인은 이곳에서 캄푸시 양에게 읽기와 쓰기, 수학을 가르치고 많은 책을 읽히기도 했다.

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학적 완벽주의자’라고 설명했다. 노예를 갖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인물이라는 것. 경찰은 캄푸시 양이 감금 생활 중 성적 학대를 당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캄푸시 양 실종은 오스트리아 경찰이 사상 최장 기간 수사를 벌인 사건. 경찰은 잠수부를 동원해 호수 밑바닥까지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범인의 집은 빈에서 불과 16km 떨어진 슈트라스호프에 있었다. 경찰은 그 집도 탐문했지만 가택 수색을 하지는 않았다.

캄푸시 양은 아버지와 만나는 순간 “내 장난감 자동차는 아직도 있나요”라는 말을 제일 먼저 꺼냈다. 캄푸시 양의 부모는 팔에 있는 수술 자국을 보고 딸임을 금세 알아차렸고 유전자(DNA) 검사에서도 확인됐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