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세탁소 흙탕물 속으로…돈아닌 다른 행복 찾아요”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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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미국에 살면서 로스앤젤레스 한-흑 갈등과 노스리지 지진에 이어 카트리나 참사까지 겪은 뉴올리언스의 권오수, 박연희 씨 부부. 뉴올리언스=김승련  기자
24년간 미국에 살면서 로스앤젤레스 한-흑 갈등과 노스리지 지진에 이어 카트리나 참사까지 겪은 뉴올리언스의 권오수, 박연희 씨 부부. 뉴올리언스=김승련 기자
페인트칠, 인테리어 공사, 심야 빌딩청소, 세탁소 경영, 주택 수리업….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 사는 교민 권오수(52) 씨의 이민 이력은 온몸을 던져 일해 온 24년간 미국 생활의 산 역사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의 한-흑 갈등(1992년)과 노스리지 지진(1994년)에 이어 지난해 9월 카트리나를 맞았다. 카트리나로 전 재산을 털어 넣어 세운 세탁소를 1년 반 만에 구정물 속에 버려 두고 돌아서야 했다. 4, 5년간 밤잠을 못 자며 심야 빌딩청소를 해 번 피 같은 돈이었다.

그러나 24일 뉴올리언스 외곽 케너 지역의 한 흑인 미용품 가게에서 만난 권 씨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원래 풍운아인가 봅니다. 일이 끊이지 않네요”라며 싱긋 웃었다.

실제로 나쁜 일은 몰려다닌다는 화불단행(禍不單行)은 그에게 적용되는 말 같았다. 그는 세탁소를 포기하고 어렵사리 MK 서비스라는 주택수리회사를 차렸다. 피해 주택의 지붕에 푸른 덮개를 씌우는 관급 공사를 따내면서 다시 기반을 다지는가 했지만 또 탈이 났다.

그에게 도급을 준 미국 회사가 영어가 부실하고, 경험이 부족해 보이는 권 씨에게 대금 3만3000달러(추정)를 주지 않고 달아난 것이다. 이 밖에도 권 씨는 친구의 자동차 구입에 보증을 섰다가 대금을 뒤집어쓴 일 등 뜻밖의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이제 권 씨는 달관의 경지에 이른 듯했다. 그는 “내 인생이 그렇다. 돈이 아니라 다른 걸로 만족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겠다”며 다시 한번 미소 지었다.

뉴올리언스=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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