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테러 모의 뒤엔 레바논의 분노가…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모하메드에겐 레바논에 친척이 있다. 한 달 전 그의 형제 중 한 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독일에서 열차 폭탄테러를 기도한 혐의로 체포된 레바논 출신 대학생 유세프 모하메드(21)의 한 이웃이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얘기다. 이 이웃은 “그는 슬픔을 금치 못했고, 이런 유혈사태에 침묵하는 서방국가에 복수를 하려 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아랍-이스라엘 간 중동 분쟁이 서방국가에서의 잇단 테러 기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모하메드는 19일 독일 북부 항구도시인 킬의 중앙역 부근에서 체포됐다. 공범과 함께 지난달 31일 도르트문트와 코블렌츠 두 군데에서 가솔린과 프로판가스, 폭발장치가 든 여행가방을 열차에 ‘설치’한 혐의다. 가방은 폭발되기 전에 경찰에 발견됐다.

주변인들은 모하메드가 매우 호감 가는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동료 학생들은 뉴스전문채널 N24에 “그는 매우 예의바르고 친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다섯 차례 기숙사 지하실에서 기도를 하는 독실한 이슬람 신자로, 간간이 이슬람 선전물을 돌리는 정도였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당초 이 사건을 그렇게 큰 사건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나 영국의 항공기 폭탄테러 기도가 적발된 이후 이 사건도 테러조직에 의한 대규모 테러 기도일지 모른다고 판단해 수사의 방향을 전환했다.

외신들은 이번 열차 폭탄테러 기도가 성공했을 경우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 2005년 영국 런던 7·7테러에 버금가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언론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중동의 긴장상태가 계속될 경우 언제든지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