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자윤 점령은 9일 안보내각회의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내각회의는 지상군을 대거 투입해 국경에서 30km 이상 떨어진 리타니 강까지 진격하는 작전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병력 1만여 명은 그동안 6km 범위 내에서 작전을 펴 왔다.
헤즈볼라 근거지를 겨냥한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도 계속됐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지까지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프랑스 식민지 시절 건설된 등대 꼭대기가 파괴되기도 했다.
마르자윤 점령에 성공한 이스라엘 정부는 지상전 확대 작전을 2, 3일간 보류키로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노력에 좀 더 시간을 주겠다는 명분이지만 국경에 집결해 있는 4만 명의 지상군은 언제라도 북진할 태세다.
이처럼 레바논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노력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가 입안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문 초안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유엔 결의문 초안에 관한 레바논과 아랍 국가들의 수정 요구에 서둘러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완전 철수를 보장해야 한다는 아랍권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유엔 외교관들이 결의안 문구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결의안이 언제 채택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결의안이 이번 주 초 안보리 표결로 통과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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