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슈워제네거 “부시! 환경도 신경 쓰시오”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단짝’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는 다른 파트너를 택했다.

미국을 방문한 블레어 총리는 지난달 31일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함께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공동 대처 방안을 찾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 항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환경보호에 있어서는 연방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합의문에는 청정연료기술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한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시장원리를 도입해 온실가스 배출 규제 및 감축에 적극적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

주지사 대변인인 애덤 멘델슨 씨는 기업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듯 “시장의 뜻을 존중할 것”이라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강제 실시하고 있는 지역은 유럽뿐이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온실가스를 규제하려는 국제적 노력인 교토 의정서 가입을 거부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정책을 펴왔다.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공화당 보수파와 거리를 두고 있는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민자 규제, 미국-멕시코 간 국경장벽 건설, 줄기세포 연구지원 금지 등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번번이 반기를 들어 왔다.

미국 언론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이미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부시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AP통신은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부시 행정부를 무시했다”고 전했다.

블레어 총리 역시 마찬가지 노림수를 썼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푸들’이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미국 추종 외교를 펼쳐 온 블레어 총리는 최근 9년 전 총리 취임 이래 사상 최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회사인 입소스 모리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주장대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즉각적인 휴전에 반대한 블레어 총리는 3년 전 이라크전 참전 때보다 더 많은 지지자를 잃어 직무수행 만족도가 23%로 떨어졌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