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러 이라크 왔다”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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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이라크에서 14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일가족 3명을 살해하는 데 가담했던 미군 전역병 스티븐 그린(21·기소 중·사진) 씨가 이라크 근무 당시 “나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이라크에) 왔다”고 말한 사실이 밝혀졌다.

해외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의 이라크 종군기자였던 앤드루 틸먼 기자는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 일요판에 기고한 ‘스티븐 그린과의 만남’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렇게 증언했다.

틸먼 기자는 2월 이라크 저항세력과 싸우는 미군을 취재하기 위해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20마일 떨어진 마무디야를 방문해 병사들과 인터뷰하는 도중 101공수사단 502보병연대 소속의 그린 이병을 만났다.

당시 틸먼 기자는 그린 이병을 아주 드물게 솔직하게 자기 표현을 하는 병사로 생각했다. 하지만 3개월 후 그린 이병이 세상을 경악하게 한 성폭행 학살범으로 밝혀지자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린 이병은 “솔직히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삶을 바꾸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이곳에 오게 됐으며 이제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개미를 짓밟거나 ‘피자를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것과 같다”고 틸먼 기자에게 말했다.

그린 이병은 이라크인들을 ‘멋진 친구들’이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이들이 모조리 죽어 버려도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났던 마무디야는 수니파 저항세력의 공격이 이어져 미군에게 ‘죽음의 삼각지대’라고 불린 지역이다. 이곳에 주둔한 1000여 명의 미군은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1주일에 평균 1명꼴로 사망자가 나면서 심한 ‘전투 스트레스(combat stress)’를 겪었다.

그린 이병은 과거 ‘반(反)사회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미군이 군복무에 부적격한 병사들까지 이라크에 파병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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