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폭격에 레바논 로마유적 파괴 위기

레바논 동북부의 소도시 바알벡. 고대 페니키아의 바알 신 이름에서 유래한 바알벡은 로마시대엔 '태양의 도시'로 불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엔 2000년 전 유적이 곳곳에 널려있고, 특히 '주피터 신전'은 현존하는 로마 유적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그러나 무너지기 쉬운 이들 고대 건축물이 2주째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AF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현지의 국제적십자사 관계자는 "한 시간에 무려 20차례나 되는 공습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20일에는 24t 분량의 폭탄들이 마을 중앙에 쏟아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거리는 텅 비었고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2주 전까지만 해도 피크에 달했던 여름 축제도 중단된 상태다. 주민의 상당수가 인근 시리아로 피난을 갔고, 남아있는 주민들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타레크 미트리 레바논 문화장관은 최근 유네스코에게 긴급 서한을 보내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이 재앙으로 끝나지 않도록 유네스코의 즉각적인 개입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AFP는 이미 15년간의 내전(1975~1990년)으로 손상된 바알벡의 재건 계획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