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스쿠니 대체시설 공론화

  • 입력 2006년 7월 3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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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도쿄 치요타(千代田) 구의 국립 일반전몰자묘역인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을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대체하는 새 추도시설로 만들자는 안이 공론화되고 있다.

일본 정계 실력자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전 부총재는 2일 TV 아사히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민당 내에서 검토되고 있는 지도리가후치 전몰자묘원의 확충 방안에 대해 언급하며 "국립추도시설을 만들 장소로 가장 유력한 안이라고 해도 좋다"고 말했다.

야마사키 전 부총재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국립추도시설을 생각하는 모임' 회장을 맡고 있으며 6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반대하며 국립추도시설 건설을 요구하는 중간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는 또 "요미우리신문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회장으로부터 묘원을 확대해 국립추도시설로 발전시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추도시설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차기 정권에 달렸다"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이 (총리가) 되면 곧 되겠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되면 안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자민당 내 야스쿠니 참배 지지파들 사이에 일던 "묘원 확충계획이 전몰자 위령의 중심을 야스쿠니 신사에서 묘원으로 옮기려는 의도"라는 우려를 확인해준 것이어서 앞으로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도리가후치 묘원 확충계획은 자민당의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정조회장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주변의 시설을 해체해 공원화하고 해외 요인들도 참배가 가능하도록 할 것을 제안해 자민당 내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안. 나카가와 정조회장은 "이것이 야스쿠니 신사를 대신하는 국립추도시설은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묘원 확충계획에 대해서는 자민당내 '반(反) 고이즈미 비(非) 아베' 세력은 "야스쿠니를 총재선거의 쟁점에서 비켜나게 해 이 문제로 곤경에 처할 아베장관을 돕기 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야스쿠니 신사 근처에 있는 지도리가후치 묘원은 면적 약 4800여 평에 제 2차 세계대전 전몰자 중 인수인이 없는 군인군속 35만 명의 유골이 안치된 '무명전몰자의 묘'. 고이즈미 총리는 매년 8월15일 참배하고 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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